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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Jul 21. 2024

머루 다래와 우리 아버지

남건우, 우리 아버지

어릴 적 아버지의 풀지게는

우리 마을에서 제일 컸어요

우리에게 먹일

맛있는 머루와 다래가 풀지게

맨 꼭대기에 밧줄로 매어 있었고요


저 멀리서 아버지가

풀지게를 지고 성큼성큼 걸어오시면

강아지처럼 뛰어나가 깡총거리다가

우리는 입이 까매지도록 머루를 먹고

쩍 벌어진 다래를 먹으며

하루하루 달콤하게 자라났지요


얘들아 일어나라

아빠가 내기 윷놀이에서 다 이겨서

가게에 과자 몽땅 다 사 왔다

산타할아버지처럼 커다란 자루를 지고 와서는

약주도 한 잔 하신 아빠와 함께

한밤중 과자파티 신났었어요


가을 운동회에서 가족 이어달리기 할 때

아빠 우리 정말 멋졌었지요?

우리 가족은 모두 달리기를 잘해서

언니 뛰고 나 뛰고 아빠가 뛰고

엄마가 뛴 다음 별이가 들어올 때쯤

식이는 어려서 외할머니와 외삼촌과 손뼉을 치고

우리는 운동장 반바퀴는 앞서서 골인해서는

금학리 칼루이스 가족이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회사 다니시다

잠깐 쉬러 내려간 시골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살그머니 뿌리내릴 때

올망졸망 저희들도 싹이 났어요


우리가 무언가 도전할 때마다

너는 할 수 있다고 용기 주시고

언젠가는 분명히 잘 될 거라고

어깨를 두드려주시던

아버지의 다정한 큰 손

그 다정함을 배워

저희는 모두 용기 있고

다정한 사람이 되려합니다


새벽부터 농사짓고

달빛에 풀지게를 지고 오던

땀에 젖은 아버지의 모습

그 뒷모습처럼

저희도 부지런하고 착하게

세상에 좋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큰 산처럼 저희를 지켜주시고

정성을 다해 키워주신

아버지의 큰 사랑 이제는 저희가

돌려드릴게요


아빠의 인생은 멋지고

눈이 부시게 찬란해요

평생 청년 남건우, 우리 아버지의

여든 번째 생신을 축하드리며

늘 건강하게 엄마와 오래오래

저희 곁에 계셔주세요


아빠의 인생에 건배!

아버지, 존경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저는요, 아빠

딱 아빠처럼 살고 싶어요



공원에서 익어가는 다래 2023년 9월





2024년 7월 21일 브런치에 100번째 발행하는 이 글은

오늘 팔순 생신을 맞으신 아버지께 드리는 시입니다.


생신 모임은 어제 있었어요. 쑥쓰럽지만 감사패도 만들어 드렸고 아버지 살아오신 이야기도 재미나게 들었습니다.

빛나는 아빠의 인생에 축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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