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댁 다녀오는 길이예요
수세미꽃이 예뻐서
보내드립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카페에 앉아 있다가
보내주신 꽃선물을
덥석 받아 들고서
설레는 마음으로
꽃을 들여다봅니다
돌담을 쌓고 그 담장 아래에
수세미를 몇 포기 심으면
담장을 타고 수세미 노란 꽃이
아기 웃음처럼 깔깔거리며
피어날 테지요
꽃만 보아도 마음이 이리 좋은데
열매가 열리면 어떨까요
하루하루 눈뜨면
새 날 또 새 날이
신나게 열릴 거예요
열매는 대나무 광주리에 넣어
가을볕에 말려 두었다가
기관지가 약한 손님에게
차로 내어 드려야겠어요
요모조모 쓰임새가 많은
수세미를 닮고 싶어
제 두 손으로
세상에 좋은 일을
주렁주렁 매달 수는 없을까
골똘히 생각하는 저녁입니다
수세미 샛노란 꽃이
등불처럼 환하게
제 마음을 밝혀주네요
돌담에 수세미가 열릴 때
대나무 광주리에서 수세미가
꾸덕꾸덕 마를 때
아니면 함박눈이 펑펑 쏟아질 때
돌담이 아늑한 저희 집에 놀러 오세요
마음은 벌써
수세미꽃 닮은 노오란 등불
환하게 켜고
버선발로 저만큼 마중 나갑니다
수세미꽃 사진은 K.H.Y님이 찍으신 사진을 허락을 받고 사용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