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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Oct 04. 2024

가을 산기슭 참으아리꽃

다람쥐 한 마리가

툭툭 투두둑

여물어 떨어지는

알밤

부지런히 모으는

가을 산기슭


고요하게 고요하게

으아리꽃이

피어나는 그때


슬픔으로 가득 찬

한 사람이

무거운 발걸음 옮기다가

용케 보았습니다

작디작은

바로 그 꽃을


하아아

깊은숨 몰아쉬고

털썩 주저앉아

그 꽃을

보고

또, 봅니다


초가집 지붕 위에

소복이 내린

겨울 함박눈 닮은 아이


꽃신을 신고 나가서

하얀 나비로 돌아온 날


삶은 그 자리에

멈추고

이제 일상은

먼 거울 속 나라


안녕 나는 잘 있어

이제 괜찮아요


작은 꽃은

바로 그 아이

또렷한 얼굴 그대로

까르르 웃던 목소리 그대로

그 사람을 봅니다


눈과 눈이 만나고

손과 손이 만나고

지친 어깨를 보듬어 주는

손길을 느낍니다


눈물이 꽃잎 위로

투두둑 떨어지고

소낙비 마냥

낡은 신발을 마구 적시는데

바람결에 날아온

향기로운 내음


이윽고

새벽 샘물처럼

맑아진 얼골


하늘을 향해 보내는

하얀 그리움

두 손 모아 올리는

끝없는 기도가

꽃으로 한 송이씩

피어납니다


웃어요 이제

으랏차차 힘을 내요

나의 사람아

나는 괜찮아요


나그네의 발걸음

으랏차차

한 발자국씩 내딛고

이윽고

솔향 그윽한 소나무 옆을

지납니다




2024.10.3 참으아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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