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너 혼자
살아낸 거야?
콘크리트 육교계단
한 줌도 안 되는 흙에
뿌리를 내리고
생명줄 단단히 부여잡은
풀 한 포기
가던 걸음을 되돌려
가만히 너를 본다
하얀 얼굴에 샛노란 웃음
귀여워라 까마중꽃
혼자 걷기 시작한 지
채 일주일도 안된 아가처럼
앞으로 걸으며 옆을 보고
위를 보는 호기심쟁이
하얀 얼굴에 샛노란 웃음
까마중꽃
그 꽃 진다고
안타까워 마음 졸이지 말아요
금세 연둣빛 귀여운 얼굴이
조롱조롱 매달리 테니
쌀쌀해져 밤이 걱정되어도
잠 설치며 걱정 말아요
연둣빛 열매가 시나브로
까맣게 익어 갈 테니
한여름의 태양볕
쏟아붓는 폭우
이 작은 몸으로 견뎌내며
너는 과연 어떤
밤과 낮을 보냈을까
제 몫의 삶을 거뜬히 지탱하며
초록으로 싱그럽게
흑진주처럼 밝게 빛나며
너는 누구를 기다리느냐
가을볕이 따사롭게
온몸을 감싸는 지금
육교 계단 모서리에 사는
까마중은 온몸을
쭉 뻗는다
기지개를 켠다
가슴을 활짝 펴고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날마다 조금씩 더
까맣게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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