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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Oct 08. 2024

귀여워라 까마중꽃

여기서 너 혼자

살아낸 거야?


콘크리트 육교계단

한 줌도 안 되는 흙에

뿌리를 내리고

생명줄 단단히 부여잡은

풀 한 포기


가던 걸음을 되돌려

가만히 너를 본다

하얀 얼굴에 샛노란 웃음

귀여워라 까마중꽃


혼자 걷기 시작한 지

채 일주일도 안된 아가처럼

앞으로 걸으며 옆을 보고

위를 보는 호기심쟁이

하얀 얼굴에 샛노란 웃음

까마중꽃


그 꽃 진다고

안타까워 마음 졸이지 말아요

금세 연둣빛 귀여운 얼굴이

조롱조롱 매달리 테니


쌀쌀해져 밤이 걱정되어도

잠 설치며 걱정 말아요

연둣빛 열매가 시나브로

까맣게 익어 갈 테니


한여름의 태양볕

쏟아붓는 폭우

이 작은 몸으로 견뎌내며

너는 과연 어떤

밤과 낮을 보냈을까


제 몫의 삶을 거뜬히 지탱하며

초록으로 싱그럽게

흑진주처럼 밝게 빛나며

너는 누구를 기다리느냐


가을볕이 따사롭게

온몸을 감싸는 지금

육교 계단 모서리에 사는

까마중은 온몸을

쭉 뻗는다

기지개를 켠다


가슴을 활짝 펴고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날마다 조금씩 더

까맣게 익어간다



육교 계단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까마중 한그루 2024.10.3.


#까마중꽃 #가을꽃 #도시산책 #혼자 #당당한 삶 #흑진주 #까만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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