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크와 쇠덩이로
지은 집
나는 여기서 태어났다
바람이 모아 준
흙먼지에 나를 묻고
단비 오는 날을 기다려
세상에 나오니
육교 계단
이곳은 이미
야생의 정원
민들레도 살고
느티나무도 살고
냉이도 살고
나 금불초도 산다
갑자기 찾아온 찬 가을
야생의 정원에는
까마중 열매도 익고
민들레 홀씨도 날리고
아기 느티나무도 물든다
어울렁더울렁
어깨동무하고
정답게 산다
눈물 떨구는 날은
하늘을 보지
밟히면 일어서고
또 일어서면서
오늘도 재미나게
함께 살아간다
오늘은 금불초꽃이
활짝 핀 날
친구들의 박수를 받으며
파티하는 날
신이 나서 머리 위로
브이표를 하며 웃는다
바람에 실려온
피아노 소리가
육교 계단을 타고
춤을 추며
튕기듯이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