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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Nov 12. 2024

육교 계단에 사는 금불초꽃

콘크리크와 쇠덩이로

지은 집

나는 여기서 태어났다


바람이 모아 준

흙먼지에 나를 묻고

단비 오는 날을 기다려

세상에 나오니


육교 계단

이곳은 이미

야생의 정원


민들레도 살고

느티나무도 살고

냉이도 살고

나 금불초도 산다


갑자기 찾아온 찬 가을

야생의 정원에는

까마중 열매도 익고

민들레 홀씨도 날리고

아기 느티나무도 물든다


어울렁더울렁

어깨동무하고  

정답게 산다


눈물 떨구는 날은

하늘을 보지


밟히면 일어서고

또 일어서면서

오늘도 재미나게

함께 살아간다


오늘은 금불초꽃이

활짝 핀 날

친구들의 박수를 받으며

파티하는 날

신이 나서 머리 위로

브이표를 하며 웃는다


바람에 실려온

피아노 소리가

육교 계단을 타고

춤을 추며

튕기듯이 내려간다

금불초꽃, 202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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