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디붉은 목숨이야, 동백꽃
남효정
한 겨울 거센 바람 부는 날
어미소가 울며 낳은
송아지 한 마리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젖은 몸뚱이
붉디붉은 목숨이야
깡마른 들고양이가
오들오들 떨며
아파트 밑 빈 공간에 낳은
꼬물거리는 새끼 네 마리
눈도 채 뜨지 못하고
어미에게 파고드는 핏덩이
붉디붉은 목숨이야
굴비와 시래기무침과
떡갈비를 파는 연희동 식당
계단참에 뚝뚝 떨어진
핏물 같은 동백꽃잎
시멘트 공간에 뿌리를 웅크린 채
눈물로 피워 올린
붉디붉은 목숨이야
얼어붙은 겨울을 이겨내는
이 여린 목숨들이 모여
마침내 당도할 봄
어영차, 끌어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