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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디붉은 목숨이야, 동백꽃

by 남효정

붉디붉은 목숨이야, 동백꽃


남효정


한 겨울 거센 바람 부는 날

어미소가 울며 낳은

송아지 한 마리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젖은 몸뚱이

붉디붉은 목숨이야


깡마른 들고양이가

오들오들 떨며

아파트 밑 빈 공간에 낳은

꼬물거리는 새끼 네 마리

눈도 채 뜨지 못하고

어미에게 파고드는 핏덩이

붉디붉은 목숨이야


굴비와 시래기무침과

떡갈비를 파는 연희동 식당

계단참에 뚝뚝 떨어진

핏물 같은 동백꽃잎

시멘트 공간에 뿌리를 웅크린 채

눈물로 피워 올린

붉디붉은 목숨이야


얼어붙은 겨울을 이겨내는

이 여린 목숨들이 모여

마침내 당도할 봄
어영차, 끌어당긴다




식당 계단의 동백꽃, 202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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