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국화꽃
늦은 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남편이 옆으로 돌아 누우며
이야기를 꺼낸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나
구순이 넘었어도 또렷하고 맑은 정신
옛날 일 다 기억하고 자식을 반기셨지
허물어져가는 몸은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는데
따뜻하고 맑은 마음은 그대로인 거야
하나도 변하지 않고
어느 날은 어머니 목욕을 시키는데
쪼그라져 너무나 작아진 몸이
열 살도 안된 아이 같았어
그냥 아이가 되신 거 같았어
나는 아들이고 엄마는 여자인데
씻겨드리는 게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지
어머니는 나를 보고
미안하다 고맙다 반복하시며
얼굴은 아이처럼 웃고 계셨어
아빠에게 몸을 기댄 어린 딸처럼
그때 나는 마음이 급했어
목욕이 끝나고 뭐가 그리 바쁘다고
배달음식을 시켜 상을 봐드리고
바쁘게 집을 나왔는데
그게 자꾸 마음에 걸려
맛있는 거 몇 가지 만들어드릴 걸
요리해 드린 게 너무 없어
그는 아련한 표정으로 허공을 본다
그 옛날 내가 가방을 싸들고
지방으로 강의하러 다닐 때
남편은 시시때때로 부모님 댁에 들러
아프신 두 분을 돌봐드리고
다시 일터로 달려가곤 했다
가을 국화향기 그윽한 어느 토요일
그때 내가 아주 커다란 노란 국화화분을
두 팔로 안고 어머니집에 들어섰을 때
샛노란 국화꽃 화분을 받아 들고
어머니는 그만 왈칵 울음을 터뜨리셨어
그때부터 나는 노란 국화만 보면
아이처럼 으앙 울던 어머니가 떠올라
좋아서 마음이 너무 좋아서 운다던
씨감자처럼 쪼그라든
우리 어머니
마른 가지 사이로 바람소리 들리고
우리는 어머니이야기로
새벽을 달린다
창밖에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어머니 그리운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