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영(콩란)
콩 먹기 싫어?
남효정
밥을 보고만 있네
왜 밥 먹기 싫어?
도리도리 아이는 고개만 흔든다
그럼 요기 완두콩이 싫은 거야?
눈물이 글썽
아이는 고개를 가만히 끄덕인다
그럼 한 개만 먹고 나머지는
모두 요기 그릇에 골라놓아도 괜찮아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완두콩 한 개 오물오물 먹고 나머지는
하얀 그릇에 담아놓는다
어느새 그릇에는
완두콩이 한가득
아이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한가득
누구나 먹기 싫은 게 있고
누구나 하기 싫은 일이 있어
지금 억지로 다 하지 않아도 괜찮아
다음 날 엄마는 아이에게 말했지
요기 화분 보이지?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이거 콩처럼 생겼어요
네가 골라놓은 완두콩 닮은
콩란이란다
오후햇살이 콩란을 비출 때
길게 고개 빼고
하얗게 피어나는 콩란꽃
몇 밤 자고 나면
콩알이 떼굴떼굴 온통
부엌바닥에 뒹굴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