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중심 놀이
저는 부모교육이나 영유아교사교육, 원장교육, 컨설턴트 교육, 상담 등을 통해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많은 부모님들과 영유아 교육자들, 그리고 영유아 놀이 전문가들을 만납니다. 이번 글에서는 처음 부모가 되어 좌충우돌하며 '부모가 되어가는' 분들과 처음 교사가 되어 '교사가 되어가는' 분들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 말을 입 밖으로 표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까요? 몸과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들의 표정을 보면 그 간의 어려움이 녹녹치 않았음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저명한 놀이치료사 중 한 명인 게리 랜드레스(Garry Landreth)를 아시나요? 그는 놀이 치료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권위자이며, 평생 아동 중심 놀이 치료 법을 개발하고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인물입니다. 그가 한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Children's play is their work"
'아동의 놀이는 그들의 일'이라는 것입니다.
새가 날고 물고기가 헤엄치고 다람쥐가 나무를 타는 것처럼 아이들의 본성은 놀이입니다.
그렇다면 놀이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작용할까요? 왜 다들 놀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2019 개정 누리과정, 제4차 표준 보육과정까지 '영유아중심 놀이중심'으로 개편된 것일까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기존 교육과정과 다르게 방향을 바꾸어 '아이들이 현재 하고 있는 놀이, 아이들의 흥미와 관심에 집중'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게리 랜드레스는 놀이가 아동에게 '자연스러운 소통 수단'이며 동시에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의 말은 '놀이를 통해 아동들이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을 표현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기술을 학습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놀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맹자(Mencius)도 놀이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보고 이해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부모나 교사는 아이와 어떻게 하면 잘 놀아줄 수 있을까요?
첫째, 아이가 무엇에 흥미와 관심을 보이는지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나 교사가 가르치고 싶은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주의 깊게 관찰하라는 것입니다. 성인의 눈에는 분리수거 대상으로 보이는 빈 박스 하나가 아이들의 눈에는 들어가 앉고 싶은 아늑한 공간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영아의 경우 뭐든지 입으로 가지고 가서 빠는 시기가 있는데 이 시기에는 충분히 입으로 빨면서 탐색해 볼 수 있도록 안전하게 빨 수 있는 것들을 지원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아이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경험하는 모든 것이 놀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예를 들어 식사를 준비한다거나 놀잇감을 정리하는 일, 집안 청소하는 일, 화분에 물 주는 일 등이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엄마가 저녁을 준비하는 시간에 아이에게 태블릿 PC를 쥐어 주고 있나요? 그렇다면 이제 좀 바꾸어 보시길 바랍니다. 아이가 당근이나 두부에 관심을 보인다면 그것들을 가지고 놀이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오감놀이를 따로 계획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오감을 통해 잘 배우게 될 것입니다.
셋째, 바깥으로 나가서 놀아보세요. 집 안에서의 놀이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 밖으로 나와 아이와 산책을 하거나 놀이터에서 놀거나 공원에서 자연을 만나보시기를 권합니다. 부모나 교사는 장시간 실내에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서 쌓였던 피로도 풀리고 아이들은 넓은 공간에 마음껏 놀이할 수 있어 좋습니다. 아이들은 바깥놀이에서 다른 아이들을 만나 놀이하는 경험을 쌓을 수도 있고 자신의 신체를 조절하며 신체 발달을 촉진할 뿐 아니라 나무, 풀, 꽃, 작은 벌레와 곤충 들을 만남으로써 정서적 안정감을 갖게 됩니다.
넷째, 하루 일과에서 규칙적이고 자연스러운 리듬을 경험하도록 도와주세요.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는 것처럼 아이의 일상에도 반복되는 규칙적인 리듬이 필요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간식을 먹고 실내놀이를 하고 점심을 먹고 나서 낮잠을 잡니다. 그다음 일어나서 놀이하고 오후 간식을 먹고 놀이터에 간다든지 하는 일과의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고 놀이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기 때문에 아이가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다섯째, 아이가 즐기는 간단하고 반복적인 놀이를 존중해 주세요. 영유아들은 일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쉽고 단순한 놀이를 반복적으로 즐기며 자신의 유능함을 경험하고 동시에 배움의 안정감을 느낍니다. 블록을 쌓고 넘어뜨리기, 단순한 노래를 반복해서 부르기, 그림 그리기, 역할놀이 등이 그 좋은 예입니다.
여섯째, 창의적인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이 점토, 색종이, 크레파스, 재활용품, 나무열매, 풀, 꽃 등 다양한 놀이자료를 활용하여 놀이에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만들어 볼 수 있도록 격려해 주세요. 아이가 무언가를 만들었다면 성인의 눈에는 아직 미완의 작품으로 보이거나 허접한 쓰레기로도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그 아이의 고유한 작품임을 인정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점점 자신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펼치는데 자신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일곱째, 부모와 교사의 의도를 줄이면 스트레스도 줄어듭니다. 아이가 즐거워야 놀이하면서 잘 배웁니다. 놀이의 주체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부모나 교사가 아이들의 흥미와 관심을 반영하지 않은 무언가를 가르치려 한다면 아이들은 지루해하고 저항할 것입니다.
여덟 번째, 아이의 말을 경청하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해주세요. 아이들은 항상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자신을 표현합니다. 그 아이가 나에게 보내는, 혹은 세상에 보내는 말과 표정, 다양한 신호들에 귀 기울이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으로 자신감을 갖게 해 주세요.
아홉 번째, 부담감을 내려놓고 함께 즐겁게 놀이해 보세요. 놀이는 애써서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선택하고 아이가 진행합니다. 특정 프로그램처럼 아이를 앞에서 정해진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와 놀이할 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가 하는 놀이를 함께 즐겨보세요. 부모나 교사의 정서는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됩니다. 아이가 지금하고 있는 놀이가 아이에게 가장 의미 있는 것임을 잊지 말고 편안하게 관찰하면서 아이의 놀이를 따라가다 보면 아이의 배움이 보이고 아이가 느끼는 즐거움을 더 가까이 함께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떠신가요? 이제 마음의 고민이 해결되셨을까요?
부모와 교사는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 아이와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해 가는 존재입니다. 저의 계획 중 하나는 부모교육과정을 연간 5회 차 정도 계획하여 부모님들과 토론식 부모교육을 할 예정입니다. 아이들은 교육 기관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든 곳에서 배우기 때문에 가정에서 양육자가 영유아의 놀이와 배움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 뇌를 깨우는 행복한 놀이]는 매주 화, 목에 연재됩니다.
4월 2일 연재 안내: 03. 깜짝 놀랄 놀이와 뇌발달의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