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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로 Jun 17. 2022

해몽

꿈털기 



네가 죽는 꿈을 꿨다. 

해몽을 했다. 좋은 일이 생길 징조라고 했다. 네가 죽는 섬뜩함에 눈을 떴을 때를 떠올린다. 내가 목격하지 못한, 너의 죽음은 한마디의 말로 전해져왔다. 질문과 의문이 뒤섞인 말들이 목구멍에 걸린 채 꿈을 서성거린다. 왜와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너의 죽음을 받아들인 채 죽음의 과정을 부검하는 나를 3인칭으로 바라본다. 네가 없는 세상을 경험했다는 생각에 잠에서 깬 뒤에도 눈을 끔뻑이며 느리게 현실을 받아들인다. 흔적처럼 남아버린, 경험하지 못한 상처를 쓰다듬는다.  

 

해몽을 찾아보기까지 너의 죽음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한다. 너에게 카톡 하나를 보낸다. 실없는 농담들. 조금 있다가 너의 연락을 받는다. 너의 생존을 확인하고 나서도, 너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해몽에도 흔들렸던 마음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네가 아주 오랫동안 살아가기를, 바란다. 고통스러운 시간과 사건과 사람들이 너의 삶 속에 침투해 너를 힘들게 하더라도, 네가 나를 미워해도, 좋은 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축제와 같은 삶이 이어지지 않더라도, 너의 삶이 지난하게 이어지길 바란다.

나의 죽음이 너에게 해몽처럼 좋은 시절을 만드는 순간이 오더라도.


나는 너의 죽음을 지우듯 아무에게도 팔지 않은 꿈을 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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