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沙果)
아침을 맞이하는 여러분만의 루틴이 있나요?
저는 느지막이 일어나 여유롭게 먹는 사과를 좋아해요. 잠이 덜 깬 얼굴로 부엌에 가서 사과를 한입 크기로 깍둑 썰고, 향긋한 올리브오일을 듬뿍 뿌려요. 그러곤 크런치가 잔뜩 들어간 땅콩버터를 한 스푼 덜어 사과 위에 얹어요. 새로 산 그릇에 담아 포크와 나이프를 나란히 두고 시작하는 오전 시간은, 바쁜 하루를 마주하기 전 주는 작은 선물 같달까요. 급하게 무언가를 해내지 않아도 되는 이 시간이 좋아서, 한입 한입 사과를 천천히 음미해요.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거예요. 바로 사과가 사실은 한자어라는 사실이요.
아침에 먹으면 금이라고 불리는 국민 과일, 사과! 너무 친숙해서 그런지 당연히 순우리말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과는 오래전부터 한자로 불려 온 이름이에요.
사과 (沙果)
沙 (모래 사): 모래, 까끄라기
果 (열매 과): 열매, 과일
우리가 ‘사막(沙漠)’이나 ‘백사장(白沙場)’이라고 할 때 쓰는 그 ‘모래 사’ 자가 맞아요. 달콤한 과일 이름에 왜 하필 모래알이 들어갔을까요?
왜 '사과'일까?
사과를 한입 크게 베어 물었을 때의 식감을 떠올려 볼까요? 아삭아삭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그 특유의 알갱이가 돌아다니는 느낌이랄까요.
지금 우리가 먹는 사과는 근대 이후 개량된 품종이에요. 예전 우리 조상들이 먹던 재래종 사과(능금)는 지금보다 훨씬 더 서걱서걱했대요. 그 식감이 마치 ‘모래(沙)처럼 까슬거린 열매(果)’같다고 해서 사과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입니다.
결국 사과는 입안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식감'을 기록한 감각적인 이름이랄까요?
이것도 알아두면 꿀잼!
사과와 단짝인 '배'는 순우리말일까요?
네, 배는 순우리말이에요. 한자로는 이(梨)’라고 쓰죠. (이화여자대학교의 ‘이화’가 바로 배꽃입니다.)
반면, '귤'은 어떨까요?
아주 놀랍게도 '귤'은 당당한 한 글자 한자어입니다!
사과 편 어떠셨나요?
한 글자라 당연히 우리말인 줄 알았던 귤(橘).
그런데 이 귤이라는 글자 속에 '화살통'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새콤달콤한 귤이 왜 화살과 엮이게 되었는지, 다음 장에서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