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우리말인 줄 알았던 '귤'의 배신

귤(橘)

by 쓰야

겨울이 되면 따뜻한 집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먹던 이 떠올라요. 하나씩 까먹다 보면 손끝이 노랗게 물들기도 하고요. 껍질을 벗기다 보면 반쪽은 꼭 옆사람에게 건네게 돼요. "이거 진짜 새콤해!"


귤은 추운 겨울, 말없이도 상대방과 온정을 나누게 해주는 수단이 되어준달까요. 그런데, 귤은 왜 '귤'이라고 불릴까요? 한 글자라 당연히 순우리말로 착각하기 쉬운데, 귤은 한 글자짜리 한자어예요! 심지어 이 글자 속에는 귤의 모양을 묘사한 조상들의 예리한 관찰력이 숨어 있대요.


귤(橘)
橘 (귤나무 귤): 귤, 귤나무


왜 ‘귤’일까?

한자를 자획으로 풀어 보거나 분해하는 것을 파자(破字)라고 하는데요. '귤'의 한자를 자세히 보면 나무 목(木)이 보이고, 나무 목(木) 오른쪽의 ‘율(矞)’자가 눈에 띄어요. 이 글자는 '송곳으로 뚫다' 혹은 '화살통'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옛사람들의 눈에 귤은 참 신기한 과일이었대요. 귤에 붙어 있는 하얀 그물 같은 실 모양을 귤락(橘絡)이라고 해요. 귤락을 더 벗겨보면 안에 작은 알갱이들이 촘촘하게 있잖아요. 그걸 귤의 '낭(囊)'이라고 불러요. 낭은 '주머니'라는 뜻으로, 귤 속의 작은 알갱이들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겉보기엔 매끈매끈하고 탱글탱글한 귤이지만, 그 속에는 마치 화살통 안에 화살촉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는 것처럼 가느다란 알갱이들이 촘촘히 들어 있어요. 이렇게 생각해 보면, 꽤 그럴듯하지 않나요?


그래서 '나무(木)에서 열리는 화살통(矞) 같은 열매'라는 뜻으로 '귤'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어요. 우리가 귤을 까서 한 알 한 알 떼어낼 때의 그 모습이, 사실은 화살통에서 화살을 하나씩 뽑는 모습과 닮았다고 본 것이죠.


이것도 알아두면 꿀잼!

여기서 떠오르는 성어가 하나 있어요.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성어를 아시나요? ‘회남(淮南)의 귤을 회북(淮北)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이에요. 귤나무는 따뜻한 남쪽에서는 달콤한 귤을 맺지만, 춥고 척박한 북쪽으로 가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가시를 세운 쓰고 시큼한 탱자가 되어버린다고 해요. 즉, 환경에 따라 사람이나 사물의 성질이 변함을 이르는 말이에요.


귤을 우리의 인생에 빗대어 보면 누군가는 차갑고 거친 환경 속에서 탱자처럼 변해버렸을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따뜻한 온기 덕분에 다시 귤이 되어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사람도 환경 앞에서는 늘 변하듯,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기 전에 그 사람이 지내온 환경을 다시 한번쯤 살펴보게 됩니다. 이제는 귤도, 사람도 조금씩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요?




[작가의 한마디: 다음 페이지 미리 보기]


"그게 과연(果然) 사실일까?"

의심과 확신 사이에서 쓰는 이 단어. 그런데 '과연'의 과(果)가 방금 먹은 귤이나 사과 같은 열매(果)라는 사실, 눈치채셨나요? 다음 장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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