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미영 sopia Sep 17. 2021

영화 리뷰 - 《 미안해요, 리키 》

2019년 12 / 영국, 드라마 / 101분

영화 결말 포함, 스포일러 주의

영화 <미안해요, 리키>는 영국 영화로 켄 로치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파트타임' '제로 아워' 계약직 등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을 보면서 새로운 형태의 착취 같다고 했다. 복지가 축소되고 경쟁이 격화된 신자유주의 영국 사회 복지 암울한 단면을 보여준다. 점점 노동만으로는 가족과 안락한 생활을 유지할 수 없고 삶이 불안정하다. 영화 원 제목은( Sorry we missed you)이다. 보통 택배 물건을 배송할 때 받는 사람이 없을 때 택배기사가 메모지에 쓰는 문구라고 한다.  (미안합니다. 우리가 놓쳤네요.)라는 뜻으로 쓰인다. 생계유지를 위해 강도 높은 노동활동으로 잃게 되는 것들도 많다. 건축회사를 다니던 주인공 리키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실업자가 되었다. 그는 일용직을 전전하다가 빚을 갚고 빨리 집을 사고 싶어 한다. 좀 더 안정적인 생활을 꿈꾸며 택배 일을 하기로 한다. 리키는 돌봄 서비스 간병인 아내 애비와 사춘기 아들 세브와 초등학생의 딸 라이사와 살고 있다. 가장의 책임감을 갖고 새롭게 도전하는 택배운송 직업으로 목표하는 꿈을 이뤄 갈 수 있을까? 과연 더 나은 삶을 향해 갈 수 있을까?


리키는 일용직을 전전하면서 안 해 본 일이 없다. 주로 건설현장과 배수관 기반공사와 심지어 무덤도 파봤다. 조경일은 좋았는데 성실한 리키에게 게으른 동료들은 답답했다. 그래서 혼자 일 해보고 싶어 택배 일을 시작한 것이다. 관리자 멀로니는 택배 배송은 자영업자라면서 모든 게 본인 선택이고 배송 기준만 지키면 된다는 것이다

"고용되는 게 아니라 합류하는 겁니다. 우린 승선이라고 해요. 우리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우리와 함께 일하고 고용 기사가 아닌 서비스 제공자가 되는 거죠. 고용 계약 같은 거 없고 목표 실적도 없어요. 배송 기준만 지키면 돼요. 임금은 없지만 배송 수수료를 받고요. 출근 카드 같은 거 없고 알아서 일합니다. 서명하면 개인 사업주 가맹주가 되는 겁니다. 자기 운명의 주인이죠. 전사만 살아 남아요."

배송차를 회사 것으로 할지 개인 차를 사용할 건지 묻는다. 친구가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차를 사기로 한다. 리키는 이미 대출한도가 차서 아내 중고차를 팔아 새 차를 구입했다. 리키는 원하던 택배 일을 시작했다. 기계는 지정된 장소와 예상 도착시간을 맞추도록 돼 있어 계속 움직이도록 강요받는다. 첫날 소변볼 때 필요하다는 피티병을 친구가 주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리키는 시각을 다퉈 일하는 택배 배송의 고단함을 알지 못했다.

주인공 리키 가족

             

아내 애비는 간병인으로 가정방문하여 일한다. 몸을 씻기고 음식을 조리해서 먹이고 설거지와 집안 청소 등을 한다. 간병인과 택배 직업은 둘 다 식사 때를 거를 정도로 시간에 쫓기는 직업이다.

잘못된 주소라서 되돌아오기도 하고 길이 막히기도 한다. 주차를 하다가 범칙금을 부과하겠다는 경고도 받고 고객과 감정이 격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리키는 힘든 여러 가지 들을 이겨내면서 성실하게 고객에게 택배를 전달하고 서명도 받는다. 애비는 늦게까지 일을 하기 때문에 이동하면서 자녀에게 휴대폰으로 할 일을 체크한다. 이튿날 리키가 출근했다. 관리자는 핑계만 댄다는 다른 직원의 택배 노선을 맡긴다. 리키의 아들은 학교도 빠지고 친구들과 일탈 행동을 한다. 친구 세명과 벽에 낙서 같은 그림을 그린다. 겨울 재킷을 팔아서 스프레이를 산 것을 리키에게 들킨다. 성적도 우수했던 아들이 방황하자 부부는 걱정이 많다. 딸 라이사는 어리지만 마음 씀씀이가 착해 아빠 택배 일을 돕는다. 부녀가 같이 쉬면서 간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데 기계가 삑삑 댄다.


돌봄 서비스 간병인 일도 만만치가 않다. 이제 차가 없는 애비는 걸어서 다닌다.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14시간 일을 해야 했다. 두려운 분을 안심시켜야 하고, 욕을 듣기도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길 원하는 분들을 보살핀다. 애비는 돕고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선한 사람이다. 추가 근무 보상을 요구하자 규정상 어렵다는 이야기에 속상하다. 가족이 모두 모여  저녁식사로 화기애애하다. 그러나 식사 도중에 전화가 온다. 돌보는 노인 중에 다음 간병인이 오지 않아 화장실을 못 갔다는 것이다. 택시를 잡기가 어려워 리키 차를 타고 가족이 가면서 랩도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영화 속에서 이때가 가장 즐겁고 신나 보였다. 이런 시간들이 많았으면 행복할 텐데 영화는 짧게 보여주고 만다.  화장실을 스스로 갈 수 없는 노인에게 당신 잘못이 아니라며 위로를 건넨다.

간병인 애비

                     

리키는 "사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한다. 가장으로서 얼마나 힘들면 저런 이야기를 할까 싶어 애처로운 느낌이 들었다. 젖은 모래 속에 자꾸만 빠져드는 느낌이라는 애비, 힘든 상황이지만 부부 사이가 좋아 다행이다. 학교에서 세브 아들이 싸움을 했다면서 전화가 왔다. 아직 리키는 택배 배송 중이다. 그런데 엘베는 고장 났고 계단으로 급히 걸어간다. 배달 중 신분증을 요구하다 고객과 싸운다. 애비가 회의 전에 오라고 말하지만 그는 바쁘다. 와중에 관리자는 밴에 딸 태우면 안 된다며 고객 항의가 왔다고 했다. 학교는 갔지만 이미 교장이 퇴근을 한 뒤였다. 세브는 14일에 유학 처분이라서 집에서 혼자 수업해야 한다. 부모 없는 집에서 수업해야 하는 아들이 불안하다. 문제에 이견을 보이며 부부는 크게 다툼을 한다.


리키는 불안한 상황을 여행가서 풀어 보려고 한다. 관리자에게 며칠 휴가를 말해 보지만 벌금을 낼 거면 쉬라고 한다. 리키는 말없이 택배 물건을 싣는다. 다시 세브가 물건을 훔쳐서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아내는 전화를 안 받고 물건은 급히 나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리키는 벌금 낼 각오로 아들에게 간다. 경찰은 세브에게 리키가 하고 싶은 말을 속시원히 했다. 이런 식으로 살면 불행한 삶의 연속이다. 바쁜 중에 달려온 아빠가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있음을 깨달아 달라고 했다. 세브는 집으로 와서 다른 애들은 더 큰 잘못도 하는데 물건 훔친 게 대수냐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 리키는 어디든 전과자 딱지가 따라붙는다고 설명해 준다. 그러면서 오늘 대체기사 비용과 공치고 벌점까지 내는 게 상관없다는 것이냐며 큰소리친다. 그러다 아빠의 강압적인 태도에 충돌하며 아들은 집을 나가버린다.


리키는 아들의 휴대폰을 빼앗았고 아들은 격렬하게 반항한다. 아내는 휴대폰은 아들 세비의 삶이라며 그걸 빼앗아 얻는 건 뭐냐고 한다. 밤중에 인기척 소리에 딸이 나가보니 사진에 액스자 크게 쳐져 있다. 니키도 아침에 그것을 발견하고 경악하는데 밴 차 열쇠가 없다. 돌아온 아들에게 열쇠를 얘기하지만 모르는 일이라며 욕까지 한다. 빰을 갈기자 쓰러지며  일탈로 치닫는 아들에게 강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리키, 반면에 애비는 모성애와 대화로 풀려고 한다. 답답한 리키가 밖에 있는데 딸로부터 전화가 온다. 집에 온 리키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 딸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열쇠를 숨겼다며 꺼내 준다. 니키가 운전하며 졸고 있다. 삶이 너무 힘들고 정신이 없다. 세브가 그린 그림 큰 입들을 보면서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본다.

주인공 리키

                   

마침내 바쁜 리키도 피티병에다 소변을 본다. 그러다 괴한들에게 폭행과 물건도 빼앗기고 오줌 세례까지 받는다. 리키가 부인과 병원에 왔다. 머리와 갈비뼈 손을 다쳤고 눈이 퉁퉁 부었다. 엑스레이 결과는 세 시간 후다. 와중에 관리자 멀로니는 분실된 택배 중 여권과 부서진 위치 추적기를 배상하고 대체 기사를 구하라고 다그친다. 애비가 전화를 빼앗아 이게 자영업자냐면서 울분을 토로하다 괴롭히지 말라고 욕을 해댄다. 아내가 흥분해서 집으로 온다. 리키는 걱정하는 아들 세브를 볼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차를 몰고 나가는데 아들이 운전을 하면 죽는다고 막아선다. 그러나 리키는 수천 달러 빚 때문에 일을 멈출 수가 없다. 온 몸에 부상이 있음에도, 가족이 나가지 못하게 막아서는데도 리키는 차를 후진해서 도망치듯이 일을 하러 나갔다. 갈비뼈는 다치고 손가락은 부러지고, 한쪽 눈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나가야했다. 어쩌면 현재 우리의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주인공은 이번 작품을 위해 뽑힌 배우들이라고 한다. 리키 역의(크리스 히친)은 실제 배관공이며 애비 역의 (데비 허니 우드)는 보조교사였다고 한다. 그래서 더 배역이 현실감 있게 다가와 리얼했다. 택배직원은 법적으로는 자영업자로 구분된다. 하지만 시스템 안에 갇혀 있으면서 업무시간은 물론 휴가도 조정하기 어렵다. 또 어떤 문제가 생기면 개인의 책임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고된 노동과 반복적인 일상은 영국의 비정규직 노동계급의 현실을 반영한다. 노동계층의 힘든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택배 기사들은 운송뿐만 아니라 택배 분류작업도 하고 있다.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분류 작업이 과로사의 주원인이라 2021년 6월 택배 노조가 파업했다. 2022년부터는 택배기사 업무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해 철회되였다.

2021년 6월 전국 택배기사 총파업

       

영화는 초집중하게 만들며 빠져들게 하였다. 가난의 굴레는 끝이 없었다. 노동자가 매일 12시간 넘게 일하는데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다. 가족이 잘 헤쳐나가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칠 때마다 마치 우리 주변에서 겪고 있는 일처럼 마음이 저렸다. 과연 리키 가족의 삶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성실하게 살았음에도 자꾸 벼랑으로 내몰리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코로나 19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너무 힘든 나머지 목숨을 허무하게 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점점 각박해져 가는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답답하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모두가 안정적이고 편안한 생활을 하면서 삶을 제대로 즐기며 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본다.



이전 02화 영화 리뷰 -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