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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영 Feb 05. 2024

그건 어차피, 나는 원래

그런 게 어딨 어요?




최근 며칠간은 어쩌다 보니 새벽에 일어났던 날도 있었고 모처럼 오전 약속이 없었던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은 아무래도 신문을 1순위로 읽게 된다. 사실 나는 신문을 꼼꼼하게 읽고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해서 일주일만 읽으면 신문에 나오는 각종 사건 사고 중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건 경제 부분 빼고는 없다. 다 그냥 아, 하면서 읽을 정도가 된다. 그런 날엔 나도 모르게 그 사건에 대한 내 생각을 신문 옆퉁이에 끄적이기도 하고 관련된 질문을 옆에 적어두기도 했다. 그런 리듬이 좋다.





그러다가 며칠 전 예전에 친했던 언니를 만났다. 휴대폰 가게를 하면서 알았던 언니인데 지금은 옷가게를 하고 있다. 언니에게 책이 나왔다고 하니 한번 보자고 연락이 왔다. 다음 주에 보아요,라고 얘기를 해놨기에 이번주에 연락을 해서 만나게 되었다.      

몇 년 만에 만난 언니는 어딘가 좀 달라 보였다. 미간에는 찌푸린 흔적이, 시선은 자꾸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특히 대부분의 것들에 굉장히 비판적이었다. 그건 어차피라고 하거나 나는 원래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신문연재를 시작한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언니 저 신문에 연재 시작하게 되었어요!"

    



언니는 축하의 인사 대신 나는 세상모든 정치인을 싫어해부터 시작해서 종이신문을 돈을 내고 보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내게 했다.      

그녀의 표정은 결연해 보였으나 그 말을 뒷받침할 근거는 아쉽게도 정치인은 거짓말쟁이라서, 종이신문은 온라인에 다 무료로 뜨니까 정도였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그날 새벽 보았던 정치적 이슈를 이야기할 까하다가 그만두었다. 어떤 부분에서 왜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는지. 누가 어떤 말을 해서였는 건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리고 종이신문을 돈 내고 보는 것은 어쩐지 바보 같다는 의미로 들렸는데 종이신문과 온라인 신문의 차이에 대해서 알긴 하는지도 궁금했다.      





언니, 종이신문에는요. 펜으로 낙서도 직접 할 수 있는걸요. 낙서는 그냥 하나요? 생각을 하니 할 수 있죠. 그래서 종이신문은 낙서하기를 도와주는 아주 좋은 도구예요.라고 당연히 말하지 않았다. 궁금해하지도 않은 것을 말할 이유는 없으니까.   

        


언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눈동자를 쫓아가보았다.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어쩌면 여기 현재 앞에 있는 내가 아니라 그녀의 과거 성공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아무렴..


매일매일 배달이 되는 신문을 읽으면 나라는 사람은 머무르지 않게 된다. 과거의 영광 따위 없지만 있다고 하더라도 늘 현재가 이긴다. 과거의 자신은 놓아주고 이제 그만 새롭게 성장할 무언가를 찾는다면 신문이 제격이다.


그녀와 마지막으로 아주 허름한, 허름하면서도 맛이 없는 돈가스 집으로 가서 밥을 먹었다. 그녀와 현재 여기 머무르는 이야기 대신 끝끝내 과거 이야기만 잔뜩 하다가 헤어졌다.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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