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때였을까. 학교에서 반마다 어떤 종이를 나눠주었다. 문제는 많았던 걸로 기억이 나고 대부분의 문제가 어려웠다. 특히 공간에 관한 문제가 어려웠었던듯하다. 그 종이는 아이큐 검사였다. 단순히 지금 돌이켜보면 아이들의 아이큐를 왜 학교에서 검사를 했어야 했을까 싶지만 그때는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이 행해졌다. 나 역시 내 아이큐를 그때 알게 되었다. 100과 110 사이에 체크가 되어있었다. 아이큐가 높은 친구들은 자신의 아이큐를 막 떠들어댔다. 나는 높지 않았으므로 그냥 가만히 있었다. 뭐, 괜찮았다. 머리가 좋지 않은 건 이미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친 받아쓰기에서 이미 확인했으니까.
문제는 얼마 전(2023년) 온라인으로 검사한 아이큐 데스트이다. 이 테스트도 역시 공간에 관한 문제와 수학 문제가 많았다. 전체적으로 문제가 많았다. 다 치고 점수가 나왔는데 내 아이큐가 90에서 100 사이가 아닌가? 아이큐가 두 자리라니? 그 사이 머리가 더 나빠진 걸까.
아니, 어째서. 책도 많이 읽고 글쓰기수업도 진행하고 있는데. 신문도 많이 읽고 있는데 말이다. 새로운 아이큐 점수를 글로성장연구소 대표에게 말하니 정확한 검사가 아니라며 위로를 해주었다. 그렇다. 그건 확실히 위로였다고 생각한다. 그 뒤로 나는 아이큐가 두 자리라서 어떤 의미로는 내 머리 나쁨에 조금 명분이 생긴 것 같은 안심도 들었다.
그러다 최근에 조선일보에서 <김필영의 저랑 같이 신문 읽으실래요> 라는 코너를 맡게 되었다. 내가 신문사에 연재라니. 진짜 가문의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1화가 발행되고 나서 여기저기 카톡으로 자랑하기 바빴다. 그런데 손쌀같이 2화를 연재해야 하는 날이 찾아왔다. 그게 어제였고, 그 글을 쓰느라 여기 글을 못쓰게 된 것이다. (죄송합니다..) 그만큼 압박이 심했다.
잘 쓰고 싶었다. 힘이 잔뜩 들어간, 이래서 종이 신문을 읽어야 하고요! 이래서 읽어야 해요! 썼다가 지웠다가를 밤새 반복했다. 야간 출근을 갔던 남편이 아침에도 그대로 화석처럼 굳어있는 나를 보고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돼지고기를 볶아주었다.
밥을 든든하게 먹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보았다. 나는 왜 신문을 좋아할까? 신문에는 아이큐가 두 자리인 내가 읽어도 이해 갈 만큼 계속 같은 내용이 반복해서 나온다. 당연히 매일 이슈가 다르지만 중대한 정치적 사안이나 경제적 이슈는 그 이슈자체가 워낙 크기도 하고 매일 새로운 일이 생기므로 매일 그것에 대한 기사가 나온다. 그러니 나같이 머리가 나빠도, 신알못이라도 반복해서 보면 이해하는 게 어렵지 않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2화 역시 나 같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큐가 두 자리이니 어려운 글은 못 쓸 수도 있지만 쉬운 글은 누구보다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내 수준에 맞추면 되니까. 사소한 이야기를 쓰자. 목욕탕에서 목욕을 마치고 바나나 우유를 먹을 때의 감정 같은 것, 이를테면 신문을 못 읽은 이유, 읽고 해석을 못한 게 있다면 그 이유에 대해 적는 것도 충분히 글감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어깨가 내려갈 수 있었고 다행히 방금 원고를 보낼 수 있었다. 신문을 읽자는 메시지를 신문에서 하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 머리가 나쁜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써서, 조선일보를 처음 구독하는 사람이거나 신문 자체가 처음인 사람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글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끝까지 욕심을 못 내려놓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