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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영 Feb 18. 2024

신문 스크랩이란 걸 하고 있네

나를 행동하게 만드는 '신문'

     




며칠 전, 아이가 아팠다. 밤새 보초를 서야 하는 각이었다.

9시쯤, 아이가 잠들고 열을 체크하니 열이 39도였다가, 10시쯤엔 38.8도, 38.5도,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다. 잠들어 있는 아이를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계속 닦이길 몇 시간째... 드디어 37.9도.





자정이 넘은 시간. 침대를 쓱 빠져나왔다. 그리고 건너편 내 방까지 가기엔 아이가 신경 쓰였다.(아주 코앞이지만) 그러나 뭔가를 해야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바로 신문 스크랩이었다. 낮동안 읽은 신문기사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그렇다고. MZ가 이슈라고. 그럼 기업에서는 관련 강의가 더 늘어갈 것이고, 출판 분야 역시 관련 책이 뜰 것이다. 최근 40대 여성의 구매율이 높아졌다지만 MZ와의 소통을 다룬 책이면 남성이 더 많이 읽을 것 같은데 그럼 실용서느낌으로 출간하면 되겠다.'와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떠다녔다. 그걸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날 낮에 가위도 사고 노트, 풀도 샀다. 평소 같으면 하고 싶은 걸 집에 오자마자 했을 텐데 아이가 열이 나는 바람에 자정이 넘어서야 시작하게 되었다. 장소는 안방 파우더룸이었다. 거기서 쓱싹쓱싹 가위질을 했다.

     

'이 사건에 대해 서로 주장하는 바가 너무 다른데 각각 서로 다른 가정을 해서 도출한 통계를 가지고 말을 하네. 이렇게 말하니 각각의 기사로 따로 본다면 한쪽 의견을 믿게 되겠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오린 기사도 있고, 어떤 한 줄이 마음에 들어서 오린 기사도 있다. 그렇다. 아직은(?) 작가이기에 세상 돌아가는 것도 중요하고, 내게 영감을 주는 문장 역시 너무 소중하다.

     

그러다가 기사에서 짐을 싣는 비행기에서 승객은 아무도 없고 기장, 부기장, 정비사 셋만 있는데 기내식이 두 종류로 나온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유는? 바로 한 명이라도 배탈 날 때를 대비해서라고 한다. 보면서 나는 생각지도 못한 답이라 몇 명에게 카톡으로 퀴즈를 내기도 했다.

바닥이 잘린 종이들로 가득해질 때쯤 다시 아이에게 가 머리를 쓱 만져보았다. 괜찮다. 이정 도라면.. 다시 가위를 들고 쓱쓱 싹싹.

     




신문을 읽고 나는 많이 바뀌지 않았다. 다만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생겼다. 온통 머릿속에는 경제와 사회 정치 문화 신문 속을 채우는 기사들이 가득했다.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면 그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찬다. 온통 관련된 것만 눈에 들어온다. 의식이 바뀌고 그다음은 그것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성에게 관심이 생기면 이성과의 데이트, 데이트할 때 필요한 것, 옷차림 등등이 머릿속으로 가득 차있다가 길 가다가 보면 이성에게 인기가 많을 옷이 파는 가게가 보이고 휴대폰을 켜면 이성과 가면 좋을 맛집이 인스타그램에 뜬다. 그러다가 그다음, 아주 자연스럽게 이성을 만나게 된다. 그렇다고 모두 다 데이트에 성공하는 건 아니겠지만 실패하더라도 조금 더 집착이 있는 사람은 왜 실패했는지를 분석하고 다음번에는 더 좋은 데이트를 하려고 애쓴다. 그 사이 몇몇은 데이트란 무엇인가 혹은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공부도 하고 많은 생각을 하면서 본질을 알려고 애를 쓸 것이다.

     

 아, 말이 너무 길었다. 내가 이성과 데이트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성과의 데이트에 온통 관심이 가 있는 사람이 갑자기 과학공부에 열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 어떤 방향에 관심을 가지냐가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그 관심사를 바꾸는 게 쉽지는 않다는 거다. 나 역시 글쓰기를 좋아하고, 글을 쓰면서 온통 글쓰기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신문을 보고 난 뒤 수익률 90%라 더 이상 손대지 않고 있던 증권사 CMA통장을 살렸다. 여전히 그 주식은 90이다. 17,000원짜리 주식이 1600원쯤이 되었다는 거다. 다시 주식을 소액으로 하면서 도대체 뭐가 문제였던 건지 신문을 읽고 차근차근 시도해 볼 것이다. 신문을 읽고 나서 관심사가 달라졌다. 경제와 사회에 관심이 생겼다. (아주 놀라운 일이다..)

     

내가 이번에 출간한 책 에필로그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인물을 툭툭 치세요. 그래야 앞으로 나갈 수 있어요.



나라는 인물을 툭툭 치는 걸 도와준 건 글쓰기이다. 이제 신문을 읽으면서 좀 더 넓은 세상으로 가보려고 한다. 어쨌거나 인물이 움직이게 되 인물이 사는 세계를 아는 게 필요하니까. 끝으로 연재는 조선일보에서 격주 수요일 김필영의 저랑 같이 신문 읽으실래요 코너에서 글은 계속 연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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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이 아주 많은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어찌 보면 보편적이지 않은 신문이라는 주제의 에세이를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고, 응원하기를 해주신 분들 모두 너무 감사합니다. 연재는 끝났지만 앞으로도 저는 계속 신문을 읽을 예정이고요. 함께 읽으실 분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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