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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적성해 Oct 05. 2021

근심과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나의 삶은 현재진행형1

 아이들과 상담을 하면, 의외로 최상위권 아이들이 ‘멘탈’이 약한 경우를 본다. 한번도 실패한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한 과목이라도 망치면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한다. 그런 친구들에게 『채근담』에 나오는 글을 읽어준다.


今人專求無念(금인전구무념), 而終不可無(이종불가무), 

요즘 사람들은 오로지 잡념을 없애려 하나 끝내 없애지 못한다.  

  

只是前念不滯(지시전념불체), 後念不迎(후념불영), 

지난 생각을 마음에 두지 말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생각을 미리하지 말며    


但將現在的隨緣(단장현재적수연), 打發得去(타발득거), 

현재에 있는 일만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면 ,


自然漸漸入無(자연점점입무)

자연히 점차 잡념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채근담, 후집81』


‘과거, 미래는 우선 접어두고 현재에만 집중하라’ 

특히 시험 불안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이미 지난 실패경험이 또 일어날 것에 대한 불안감이다. 정말 심한 아이 중에서는 시험지를 받았을 때 ‘백지’로 보인다고 한 아이도 있었다.

 사실, 어른이 되어서도 ‘멘붕’이 오는 일은 종종 있다. 그럴 때 다들 ‘현재’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단박에 되면 좋으련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94학번으로 수능을 두 번 친 세대다. 내 고3의 기억은 담임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울었던 기억밖에 없다. 어려운 집안 사정을 생각해서 열심히 공부했었다. 하지만 고3이 되면서 내신이 많이 떨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학원이라도 다니고 싶었지만, 아픈 몸을 이끌고 공장 경비로 일하는 아버지와 암으로 투병 중인 엄마에게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정말 사교육은 꿈도 못 꾸는 집안 형편이라, 중고서점에서 파는 문제집으로 공부를 했었다.

 내신이 떨어져서 수능이라도 잘 봐야 하는 형편이었는데, 1차 여름 수능 점수가 평소 실력보다 못 나왔다. 그날 이후 도저히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가장 중요한 고3 때 성적이 곤두박질해버리니 어떤 날은 다 때려칠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도 들었다. 내 모든 것을 걸었는데 성적이 나를 배신해버리니, 사실 어린 내가 감당하기에는 힘들었다. 이런 나를 보고 교회 선생님이 잠깐 만나자고 했다. ‘백자당’이라는 빵집에서 빵과 우유를 두고 선생님과 마주 보았다. 빵을 먹으려는데 눈물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서럽게 펑펑 우는 나에게 뜻밖의 말을 하였다.

“괜찮아,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샘도 성적이 떨어져서 공부 엎으려고 했었어.”

“근데 어떻게 버티었어요?”

“뭐, 그냥 하루하루만 생각했지. 그냥 훗날 나 자신에게 후회가 되지 않게 그날그날 최선을 다했어. 너무 마음이 힘들 땐 주님께 기도도 하고, 그냥 오늘 하루만 생각해. 새옹지마(塞翁之馬) 라는 말 알지? 지금 네가 바닥을 쳤으니 곧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샘도 너를 위해서 더 기도할게”

 그날 이후,  마음을 잡고 공부를 했다. 2차 수능도 만족할 만한 점수는 아니었지만, 다행히 대학에서 보는 본고사를 잘 봐서 원하던 대학에 아주 가까스로 합격했다.

 수정이는 몇 년 전 우리 반이었는데 자타가 공인하는 ‘긍정의 아이콘’이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기특한 아이였다. 그런 그녀에게도 슬럼프가 왔다. 워낙 약한 체력으로 골골하던 차에, 감기로 인해서 고2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이 저조하게 나왔다. 아이랑 상담하는데 울음을 억지로 참는 것이 더 마음이 아팠다.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그녀에게 이번 성적은 어쩌면 치명타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담임으로서 해줄 말이 무엇일까 생각을 하다, ‘백자당’ 빵집 얘기를 해주었다. 수정이는 끝까지 다 듣고 나더니, 용기를 내어보겠다고 했다. 그날 이후 수정이는 망한 시험은 묻어두고,  현재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

 고3이 되어서 수정이는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했다. 수시 발표 마지막 날,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샘! 샘! 저 다 붙었어요. 와, 진짜 저한테 이런 일이 생기네요”

 나는 누가 뭐래도 수정이가  최선을 다했기에 하늘도 도와준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중간에 스스로 자포자기(自暴自棄)했다면 지금의 결과는 절대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 묶여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미래에서 온 ‘존티토’도 아니다.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다. 망친 과거는 과거에게 냅다 던져버리자. 복잡한 미래 일은 미래가 알아서 할 것이다. 오늘은 그냥 오늘만 생각하자. 하나의 무수한 점이 모여서 직선이 되는 것처럼,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모여 당신의 멋진 인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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