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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Dec 27. 2020

또다시 무너지는 날에...

feat. 좋은 생각으로도 감정이 모두 통제되지는 않아서


어느 날 불현듯 안 좋은 생각이 찾아온다.


이제 조금 나아진다 싶었는데 결국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고, 그사이 긍정적으로 바꾸어놓은 사고방식이 한순간에 원점이 되고 만다.

별다른 일도 없는데... 아니, 조금 안 좋은 일이 있었다 해도... 겨우 그 정도로 기분이 싹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그간 쌓아놓은 것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허무 날이 있다. 


역시 구제불능이야,

내가 원래 이 모양인데 달라질 리가 없지,

이번 생은 포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별의별 부정적인 목소리가 다시 찾아오는 날 말이다.


기분은 언제나 제멋대로다. 너무 괴로워서 죽고만 싶다.

지만

아니,

역시 이 모양으로 평생 살아야 하는  절대 아니다.


마음의 굴곡은 지극히 정상이고, 

우린 아무것도 잘못되지 않았.


원래 생각은...

기분 따라가는 법이다.

기분이 좋은 때에는 좋은 생각이,

기분이 나쁜 때에는 나쁜 생각이 주로 든다.

사람의 상태는 늘 변하는 것이라서 외부 사건이 있었든, 피로가 쌓였든, 호르몬이 변화했든 어떻든 기분안 좋은 때는 가끔 반드시 .


어쩌다 안 좋은 그 날, 

힘들고 지쳐서 기운이 하나도 없는 그런 날들엔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 수밖에 없. 

아무리 좋은 생각을 되살리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고 압도적인 감정과 함께 정상적인 사고 기능이 가라앉아버린다.


런 자신을 탓할 필요 없다.

애써 되지도 않는 감사를 찾으며 감정을 바꾸려 하지 말고 조금 내버려 둬도 괜찮다.

당장 다음 날 아침 달라질 수도 있고... 며칠 후에는 다시 기분 좋은 날이 돌아와 분명 다시 좋은 생각이 들 테니...


우울한 감정과 부정적인 생각대로 충동적인 결정을 내려 새로운 행동을 하기로 에너지 쏟지 말고, 며칠을 꼭 조금 기다려본다. 몇 밤  자고 나면 자연스레 기분 달라진다. 그때에 '다시 해 보자' 어가면 충분다.


한결같이,

늘,

일정하게 좋은 생각만 하고,

다 좋은 날만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런 척하다 번아웃의 후폭풍이 몰려다.)


((그런데 만약 기분이 너무 계속 내리닫거나 계속 고조되기만 하면, 의사 선생님이나 심리상담사의 도움을 고려해보세요.))





타인을 대할 때에도 당장의 기분대로 판단해서 행동하지 말고, 평소 무드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조절이다.

감정을 조절하지 않고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서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배고플 때 마트 가지 말고, 멜랑꼴리한 밤에는 쇼핑을 하지 말라고 권하는 걸까)


불안하고 떨리는 일이 있을 때에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만으로는 두려운 마음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그 상황이 끝나서 불안이 해소되어야 비로소 이제 괜찮고 역시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들게 다.

감정은 마음먹기로 다 조절되지 않기에 매 순간 '버티며' 다음 순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


의지대로 억압해서 바꾸는 게 아닌

 견디는 것,

버티는 힘야말로 마음을 조절하는 힘이.

위아래로 튕기는 정상적인 마음을 억누르지 말고, 그 리듬을 타보면 어떨까.


어쩌면 

그동안 아무도 함께 다려주지 않고,

재촉만 했을지 모른다.

빨리 아져야 한다고...

 안 된다고, 빨리 생각을 바꾸라고...


그렇지만

아니,

이제부터 내가 나를 기다려주자.

나의 손을 내가 꼭 잡고 원래 이런 법이라고 토닥이며 기다려주자.


왜냐하면...

진짜로 괜찮으니까.


오늘 하루 우린 아무것도 잘못되지 않았.

그저 기분이 안 좋은 날이었을 뿐.


며칠은 이 모양대로 그냥 살아도 된다. 그런다고 평생 이렇게 살라는 법은 없으니까. 조금 가라앉았다고 해서 아직 모든 것이 다 망가지지는 않았으니까.


의지로는 마음을 다 바꾸지 못하고, 생각도 마음 따라 왔다 갔다 하는 의외로 가벼운 것이라서 그저 흘러가고 되돌아오길 기다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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