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드 Jul 26. 2024

말할 수 없는 기적


"캐나다 재스퍼에

산불이 나서 대피령이야."


"마을이 타고 있어

주유소도 폭발하고 호텔 병원도

다 타고 있대."


"기도해줘, 제발."


"동네 사람들과 미리 탈출해서

목숨을 구했어. 집도 타지 않았어."


"천만다행이야. 기적이야"


"그런데 있잖아,

앞집까 다 타 버렸어.

아이 친구들 집도 다 사라져 버렸어.

놀이터도  엉망이 돼 버렸어."


"기적인데 차마,

기적이라 말할 수가 없어."


"기도해줘, 제발."



실외기실에서 수국들에게

물을 흠뻑 준 그 시간이었다.


살쾡이들처럼 달려오는 화마를 피하려고

당신은 피난길에 있었다.


차마, 당신의 피난길에 대해

무어라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기도할게요.

고통에 동참하기 위해

두 손을 모았다.


아파트 화재가 나면

우리집은 2층이니까

뛰어내리면 죽지는 않겠지 하는

이따위 생각이나 했으면서.


당신 집은 타지 않았고

당신 앞집까지 다 타버렸다고 했다.


차마, 당신의 무사한 집을 보고도

기적이라 말하지 못하는 당신.


아직 불길은 다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여전히 당신이 챙기고 있는 것은

아주 가볍고 소중한 게 아닐까 하고

그저, 가늠할 뿐이다.




빗물 먹은 모과






작가의 이전글 울음을 배우는 계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