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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드 Jul 27. 2024

싸구려 강냉이


남편의 심각한 불만 중 하나는

내가 강냉이를 좋아한다는 .

강냉이에게 질투하는 남자.


남편은 저게 뭐가 그리 맛있냐고

내가 싸구려 강냉이만 먹는다고

세상 못마땅해한다.


아주 가끔이지만 나는

국내산 고급 강냉이를

일부러 주문해 먹기도 한다.

그러니 이 말은 잘못됐다.

나에게도 입맛이 있는 셈.


어릴 때부터 구황작물을 좋아하는

시골 촌년이었고

방학을 맞아 시골 본가에 가면

엄마는 삶은 고구마나 옥수수를

미리 준비해 둔 걸 내주셨다.

중학생 때는 틀니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정화는 내 이가 옥수수 같다나.


달고 아삭한 초당 옥수수 말고

누렇고 쫀득한 토종 옥수수가 좋다.

옥수수 술빵도 옥수수 막걸리도 좋고

옥수수 통조림도 좋다.


옥수수에 관해서 만큼은

고집이 있는 .


그러나 어쩔 땐 먹지도 않을

옥수수를 삶고 삶는다.

쉬어빠지도록 내버려 두기도 한다.

 

옥수수가 뭐 그리

몸에 좋을까 싶기도 하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서

강냉이를 꺼내 먹는 날,


남편과 싸웠다.

터져 버렸다.


남편의 고성을

마음 보청기로 듣자니

'나도 강냉이처럼 사랑해 줘'였다.


강냉이 맛이 쓰네.


코 고는 남편의 터진 손끝을 본다.

남편에게 강냉이는 무얼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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