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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드 Jul 29. 2024

슬픔을 당기세요


슬픔을 당기세요


문자부고장이 날아온다.

당신의 아버지가

별세했다는 초대장.


고인의 영정 사진을 본다.

입관과 발인 날짜를 세면서

조문하러 가기 전에

미리 슬픔의 구역으로 간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개 같은 슬픔이 쳐들어온다.


구체적인 사물들이 흐릿해지고

길거리엔 생이니 죽음이니 하는

온통 추상어들 전치다.


슬픔 수영장.

슬픔로.

슬픔 찌개.

슬픔 학원.

슬픔 은행.


누군가는

슬픔 곰탕이 지겹다고 한다.

이제 그만 좀 우려먹으라고 한다.

세상에 그만그만한

슬픔이 어디 있을까.


땡볕이 있고

노을이 있고

고층 병원있고

안개 같은 숨통이 있고

신약이 있는데

이 밥풀떼기 같은

슬픔들을 어찌 떼어낼 수 있을까.


슬픔 구역에서는 

죄다 슬픔어로 읽힌다.

슬픔 자동심장충격기 설치 시설.

슬픔을 당기세요.

슬픔의 소화기를 뿌리시오.

슬픔 추락주의.

슬픔에 올라가지 마시오.

슬픔 내 서행.

하물며 달디달고 달디단 

슬픔양갱이라는

가요가 흐른다.

슬픔이 즐거운 약국에서.


장례식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보이는 간판 상호를

슬픔으로 바꿔치기하련다.


도미노 슬픔.


조문을 가려면

슬픔어를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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