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적으로
임신을 포기한 3개월 동안 나에게 집중했다. 마음뿐 아니라 몸가짐도 엉망진창이 된 우리는 바뀌기로 결심했다.
몸을 정돈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아침, 저녁 헬스장을 가서 1시간 이상씩 뛰었고 1달 반 동안 샐러드와 닭가슴살만 먹었다. 회식이나 도저히 못 참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날은 전날 운동의 강도를 2배로 하고 다음날 적정한 선에서 음주를 했다. 매주 마시던 술은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였다.
마음을 정리하고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임신 관련 책이 아니라 재테크 혹은 에세이 등 관련 책을 읽었다. 일주일에 한 권을 읽기를 노력했다. 당시 흥미를 가지던 부동산이나 주식 쪽 책을 읽으면서 노트 정리까지 했다. 집 근처 도서관을 방문 횟수는 점차 늘어나 일주일에 1회 방문하여 5권을 빌려왔다.
그렇게 우리는 수련하듯 열심히 움직였다.
3개월, 임신을 포기했고 매달 시작되는 생리에도 울지 않았다. 약 2년 동안 굳은살이 생긴 마음은 단단해져 상처 받지 않았다. 의미를 부여하며 챙기던 배란일과 관계일, 생리 시작일 모두 챙기지 않았다. 늦어지면 이번에도 늦어지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퇴사를 앞둔 나는 약속한 2년의 주기를 앞두고 남편과 음주 데이트를 약속했다. 오랜만에 함께하는 외식에 들떠 주말을 기다렸다.
데이트 하루 전날,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나는 3개월 만에 임신테스트기를 챙겨 화장실로 향했다.
임신을 포기했던 나는 무슨 생각으로 테스트를 시행했는지 알 수 없다. 그저 '본능'에 충실하게 행동했다.
임신테스트기의 결과가 뜨기를 기다렸다. 매번 결과 시간을 한참 지나고 실눈을 떠야 보였던 수상한 선, 마음의 눈으로 나만 보이던 선들이 아니었다. 시행한 지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나타나는 2줄이 보였다. 믿을 수 없어 하나 더 꺼내 검사를 했고 결과는 같았다.
뚜렷하게 보이는 2줄에 당황한 나는 테스트기를 들고 거실로 나왔다. 출근한 남편에게 2줄이 나온 임신테스트기를 사진 찍어 보내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문자를 보낸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오늘 일찍 퇴근해서 갈게."
남편은 눈물 젖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고맙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제야 나는 임신했음을 실감했고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펑펑 울었다.
이제야 나를 선택해준 신을 원망하다가도 지금이라도 선택해준 신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드디어 우리도 선택받은 사람이 된 것을, 또한 부모가 되는 것에 감동해 베개가 젖어가도록 눈물을 흘렸다.
감동의 순간도 잠시 나는 불안해졌다. 우는 순간에도 혹여나 결과가 바뀌지는 않을까 손에 쥔 채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다. '혹시나'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이어갔다.
수많은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의 글을 검색해보며 나의 두려움은 더 부풀어갔다.
유산이라도 되면
테스트기의 오류라면
테스트기의 시약선이라면
착상혈(수정란이 자궁내막에 착상하는 과정에서 소량의 핑크색 또는 갈색의 출혈이 속옷에 묻거나, 소변볼 때 보이는 경우), 태몽, 임신 초기에 나타날 수 있다는 증상 무엇 하나 없어 무서웠다.
나는 또다시 두려움에 잠식당하듯 불안에 떨었다. 준비과정에서 굳은살이 생겨 단단해진 줄만 알았던 마음에 걱정이 찾아왔다.
병원을 가기 전까지 임신테스트기의 지옥에 빠졌다. 2일에 1회씩 테스트기의 비교 선이 진하기 여부를 확인하며 임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6주 차까지는 조금씩 진해져 가던 비교 선은 6주를 넘어가면서 일정하게 유지되었고, 병원을 방문하면서 임신테스트기를 정리했다.
여전히 걱정 많은 예비 엄마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