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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보다 Jul 03. 2019

'여자친구'의 새로운 색채

'여자친구' 미니 7집 “피버 시즌 Fever Season” 리뷰




# 여자친구의 여름


 여자친구는 여름 이미지가 강하다. 매해 여름 컴백을 지켜왔을뿐더러, 이른바 ‘파워청순’의 색깔을 대표하는 <오늘부터 우리는>(2015) - <너 그리고 나>(2016) - <귀를 기울이면>(2017) 등이 모두 여름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곡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힘입어 2018년에는 아예 기존의 미니 음반 넘버링에서 제외되는 ‘여름 미니 음반’을 편성하여 <여름여름해>로 컴백했다. 팬송의 성격이 강했지만, 설왕설래가 좀 있었다. <여름여름해>에 쓰인 작법은 이미 다른 가수에게 쓰여 신선도가 떨어졌고, 감성이나 이야기가 강점이었던 여자친구의 가사답지 않게 무맥락적이고 단순했다. <핑거팁>, <밤>에 이은 또 한 번의 변화 시도는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다. 게다가 이례적으로 <밤> 발매 이후 3개월 만에 컴백하는 바람에 완성도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도 있었다.


 이번 컴백 또한 <여름여름해 2>가 될까봐 불안했다. ‘여름 미니’를 떼고 다시 기존의 미니 음반 순서로 편성되기는 했지만, “피버 시즌”의 명명 이유를 설명하며 데뷔 음반인 “시즌 오브 글래스”를 언급한 것은 불안감을 더했다. 이는 또 한 번의 컨셉 변화를 의미했고, <여름여름해>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 <열대야 (Fever)> 리뷰: <여름여름해 2>는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걱정은 기우였다. <여름여름해 2>는 없었다. 이미 레드 오션이 된 뭄바톤과 트로피컬 하우스로 돌아오긴 했지만, 이제는 해당 장르를 신선함보다 익숙함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늘어난 덕분인지 <열대야>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다. 여자친구 치고는 낯설지만 장르 자체는 익숙했고, 둘 사이에 괴리가 적었다. 여자친구의 이미지와 정체성, 신나는 음악이지만 마냥 들뜨지만은 않은 태도, 시원함과 멋에 초점을 둔 안무와 컨셉 등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었다는 평이다.


 여기에는 작곡 팀 ‘오레오 Oreo’의 역할이 컸다. 이들이 여자친구의 활동곡을 만든 것은 처음이지만, 이미 <물들어요>와 <물꽃놀이> 등의 작업물을 만들어낸 바 있다. 더군다나 오레오의 멤버인 ‘이기’는 여자친구의 활동곡 7곡을 만들고 여자친구 음반 다수를 프로듀싱한 ‘이기용배’의 일원으로, 여자친구 음악의 색깔을 만든 프로듀서이다. 게다가 오레오는 이미 <와이 돈츄 노우 Why Don’t You Know> · <러브 유 Love U>(청하), <천퍼센트 1000%>(프로듀스 48) 등의 여름 음악을 선보인 바 있다. 오레오의 이력과 능력, 여자친구에의 이해도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기대해볼만했고,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계절감과 시각적 이미지를 십분 활용한 단어 선택, 풍부한 어휘량, 화자의 상황과 심리를 열대야에 비유한 표현 등을 통해 가사의 문학성이 잘 드러난다. 여자친구 음악의 강점을 그대로 계승하는 부분이다. 또한 ‘빌드 – 드롭’ 구성이 어차피 대략 비슷하다면, 이를 제외한 부분에서 여러 번의 변주를 시도한 것은 곡의 신선도와 재미를 더하는 선택이었다. 여자친구 음악에서의 변화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섣부른 변화였던 <핑거팁>과, 맞지 않는 옷을 입었던 <여름여름해>와는 달리, 이번 변화는 성공했다. 무엇보다 여자친구와 잘 어울려 부담이 없고 자연스럽다.


 <열대야>에서 고무적인 것은 ‘유주’의 보컬 부담이 더 분산되었다는 점이다. 전작들에서도 후렴 부분을 유주와 ‘은하’가 이끌어가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후렴부의 고음 부분을 유주 · 은하 · ‘신비’가 분담했다. 또한 각 절이 끝나는 부분 – 후렴부 돌입 직전 – 의 고음 부분은 ‘예린’이 담당하고, 하이라이트 부분의 초고음 또한 은하가 소화한다. ‘은하 – 신비’ 순서로 시작해서 ‘은하 – 신비’ 순서로 마무리되는 수미상관의 파트 분배는 노래와 춤에서의 강조점을 잘 드러내는 동시에 유주의 부담을 덜어낸 효과를 가져왔다.






# 수록곡 리뷰


 2번 트랙 <미스터 블루 Mr. Blue>는 트로피컬 사운드와 뉴 잭 스윙 장르의 혼합으로 소개되어 있다. 영어 단어 ‘블루’가 우울 또는 창백의 뜻으로 쓰이는 것과 달리, 이 곡에서는 우리말 ‘푸르다’에 가까운 긍정적인 이미지로 쓰였다. ‘꼭 사랑이란 게 다 빨갛진 않아’라며 고정적 이미지 관념을 깨려는 시도를 담았는데, 햇살 · 바다 · 파도를 중시한 이미지에 꽤나 어울리는 발상이다. <묻고 싶다>(워너원), <루머 Rumor>(프로듀스 48) 등을 만든 작곡 팀 ‘13’의 작품인데, 꽤 감각적이다. 현악 반주는 묘하게 미니 4집 수록곡인 <바람의 노래>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바람의 노래>를 공동 작곡한 ‘메가톤 Megatone’이 13 소속임을 감안한다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3번 트랙 <좋은 말 할 때 (Smile)>는 종전의 감각적인 묘사나 비유적인 표현보다는 직설적이고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를 드러내는 곡이다. 여름 음반에 이런 곡이 빠지면 안 된다는 듯한 분위기의 발랄하고 당돌한 곡으로, 익숙한 시원함 그대로 담겨 있다. <밤> · <해야> · <그루잠> 등을 만든 ‘노주환’ · ‘이원종’ 조합이 만든 곡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


 4번 트랙 <바라 (Wish)>는 <언젠가>(비투비) · <라비앙로즈>(아이즈원) · <메이즈 Maze>((여자)아이들) 등을 만든 작곡 팀 ‘모스픽 Mospick’의 작품으로, 같은 시간을 공유해 온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내용이다. <좋은 말 할 때>와 더불어 다소 직접적인 의사 표현이 드러나 있다. 미니 5집에 수록된 <두 손을 잡아>의 리프와 상당히 흡사한데, <두 손을 모아>를 공동 작곡한 ‘퍼디 Ferdy’가 모스픽 소속인데, 노린 것으로 보인다.


 5번 트랙 <파라다이스 Paradise>는 한 편의 뮤지컬 넘버 같은 곡이다. 화음의 도입부, 펑키한 분위기, 꽉 채워진 밴드 사운드, 리드미컬한 전개로 이루어져 있다. 작곡 팀 ‘이원 e.one’ 소속 ‘정호현’ 작곡가의 곡인데, 이전 곡들인 <바람에 날려> · <핑>에 비해 고음과 전자음의 비중을 줄이고 다양한 어쿠스틱 악기를 배치하여 ‘밴드 사운드’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적이다. 덕분에 가장 높은 청각적 만족도를 띠는 곡이며, 개인적으로는 이 음반의 베스트 트랙으로 꼽는다. 미묘하게 시티 팝 분위기가 나기도 한다. 이 노래는 라이브로 듣고 싶다.


 6번 트랙 <기대 (Hope)>는 여자친구 멤버들이 직접 버디(팬덤 이름)에게 전하는 마음을 담은 곡으로, 종전의 여자친구 색깔에 가장 가까운 뉴 잭 스윙 트랙. ‘여자친구 팬송’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 그대로이다.


 7번 트랙 <플라워 Flower>는 지난 3월 발매된 일본 싱글 3집 타이틀곡 <Flower>의 번안곡으로, 라틴 풍의 관현악 반주와 서정적인 후렴부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다. 앞서 언급된 <미스터 블루>의 작곡 팀 ‘13’이 만든 곡으로, 한국 작곡 팀이 일본 곡을 준 격이기에 한국어 가사가 보다 깊고 자연스럽다는 인상을 준다. 정규 2집 <메모리아 Memoria>에 이은 두 번째 번안곡으로, 보너스 트랙 개념이지만 퀄리티가 상당하다.




# 또렷한 ‘색채’의 음반


 여자친구는 다섯 번째 여름을 맞이했다. 세 번째 여름은 이른바 ‘파워청순’의 마지막이었고, 네 번째 여름은 통속적인 계절 음악에 최대한 맞춰보려 했다. 호불호와 별개로 뇌리에 박히긴 했으니 절반 이하의 성공쯤은 되었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여자친구의 여름은 조금 달라질 필요가 있었다.


 이번 음반에는 그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있다. 시원한 음악, 다소 톤 다운 된 이미지 메이킹으로 변화에 나섰다. 컴백 쇼케이스 이름을 ‘트로피컬 나잇’으로 정할 만큼 트로피컬로의 색채 변화를 공식화했다. 이미 시장이 포화된 트로피컬 장르이기에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여자친구만의 재해석과 변주가 더해져 호평을 받고 있다. 마냥 들뜨고 신나는 여름을 보내던 지난 시기를 지나, 여전히 설레고 열정적이지만 다소 차분해진 모습을 보임으로써 여자친구에 어울리는 음악들이 만들어졌다. 힘이 넘치던 파워청순이 10대 시절 여자친구의 여름이라면, 지금은 열정과 완급조절이 조화된 20대 초·중반의 여름인 것이다.


 그 사이 여자친구는 분명 발전했다. <오늘부터 우리는>이 수록된 미니 2집, <귀를 기울이면>이 수록된 미니 5집, 그리고 이번 미니 7집을 순서대로 들어보면 그들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같은 음악에도 점점 더 다양한 해석과 뚜렷한 목소리가 가미되며, 수록곡의 장르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수록곡의 퀄리티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뒤, 일종의 무담감이 생길 수도 있는 시기의 음반들이 장르적으로 더 더양한 것은 꽤나 고무적이다. 분명 이번 음반에 ‘여자친구의 모든 것’이 담겨 있지는 않지만, ‘여자친구의 이번 여름’은 충실히 담겨 있다.





# 여자친구

왼쪽부터 소원(김소정), 엄지(김예원), 예린(정예린), 은하(정은비), 신비(황은비), 유주(최유나)


2015 01  한국 미니 1집 "Season of Glass" / <유리구슬 (Glass Bead)>

2015 07  한국 미니 2집 "Flower Bud" / <오늘부터 우리는 (Me gustas tu)>

2016 01  한국 미니 3집 "SNOFLAKE" / <시간을 달려서 (Rough)>

2016 07  한국 정규 1집 "LOL" / <너 그리고 나 (Navillera)>

2017 03  한국 미니 4집 "THE AWAKENING" / <Fingertip>

2017 08  한국 미니 5집 "PARALLEL" / <귀를 기울이면 (Love Whisper)>

2017 09  한국 미니 5집 리패키지 "RAINBOW" / <여름비 (Summer Rain)>

2018 04  한국 미니 6집 "Time for the Mopn Night" / <밤 (Time for the Mopn Night)>

2018 05  일본 베스트 1집 "今日から私たちは" / <今日から私たちは (이마카라와타시타치와 - 오늘부터 우리는)>

2018 07  한국 여름 미니음반 "Sunny Summer" / <여름여름해 (Sunny Summer)>

2018 10  일본 싱글 1집 "Memoria/夜(Time for the moon night)" / <Memoria>

2019 01  한국 정규 2집 "Time for us" / <해야 (Sunrise)>

2019 02  일본 싱글 2집 "Sunrise" / <Sunrise (해야)>

2019 03  일본 싱글 3집 "Flower" / <Flower>


2019 07  한국 미니 7집 "Fever Season"

  01  <열대야 (Fever)>    *활동곡 *추천

  02  <Mr. Blue>    *추천

  03  <좋은 말 할 때 (Smile)>

  04  <바라 (Wish)>

  05  <Paradise>    *추천

  06  <기대 (Hope)>

  07  <Flower (한국어 버전)>    *추천

  08  <열대야 (Fever) (Instrumen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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