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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이 Aug 03. 2020

그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랑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

나의 첫사랑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시작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 뒤로의 감정은 어떻게 정리했는지 잘 모른다. 한가지 확실한건 고백같은것은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당시 그 아이를 좋아했을때 '고백'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유를 따지자면, 고백해서 사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자아이들과 친하지 않아서 그 애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몰랐을 뿐더러 마주칠 일이 거의 없어서 그 아이가 궁금하지도 않았다.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게 된 이유는, 초등학교때 그 아이의 고백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좋아한다는 얘기가 없었더라면 가벼운 좋아하는 마음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에 쉽게 빠지는 경향이 있다. 주로 키가 크고, 잘생겼고, 말이 없고, 가정환경은 불우하진 않으나 측은하고,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 빠진다. 그들을 쉽게 좋아하게 되는건 잘생긴 외모도 한 몫 하겠지만 시청자로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어서이다. 어색하고 힘든 시간들을 거쳐서 그 사람의 외로운 면을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 모든 과정을 거쳐서 그 사람을 알게 된다면 아마 나는 그를 사랑하기도 전에 도망쳤을 것이다. 그의 외로운 면을 차마 내가 보듬어 줄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아직, 사랑이라는 감정의 아주 작은 일부조차도 알지 못한다. 그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그와 헤어지고 나서의 시간이 얼마나 괴로운지 짐작할 수 없다. 단순히 드라마 주인공을 좋아하는 것도 숨이 막히고 힘든데 만날 수 있는 내 앞의 사람을 좋아한다는건 말도 안되는 거니까. 이번에는, 그럼에도 계속 좋아하기로 했다. 그와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 그의 곁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를 위해 글을쓰고, 그에게 다가가는 일을 두려워 하지 않기로 했다. 금방 사랑에 빠졌기에 금방 식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좋아하는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좋아하기로 했다. 세상에서 제일 제어가 안되는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이렇게 알아간다.


기회가 된다면 얘기하고 싶다. 당신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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