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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이야기

by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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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하늘을 떠다니며 많은 색깔을 품었습니다

먹을 품고 비를 내릴 때도 있고 해를 품고 노을을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사람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들은 한 곳에 머물다가 쉴 새 없이 길목으로 돌아다녔습니다


사람을 쉽게 사랑하다가 끝내 상처받는 것이 어리석은 짓이라고 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사람은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저주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눈치지만 사람은 사랑을 할 때 비로소 사람 같습니다


구름이 사람다움에 대해 뭘 아느냐 묻는다면

사람의 얼굴에 나타난 빛과 그 위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색깔들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저는 색깔을 압니다

빌딩으로 덧입힌 숲이 본연의 숨을 내쉬었을 때의 부드러운 초록을 알며

연기로 가리어진 창문 너머 편지를 쓰는 사람의 볼에 내려앉은 사랑스러운 분홍을 압니다


간혹 오래도록 참고 견디는 이들을 봅니다

그들의 색은 흑암과 같더니 이내 태양을 한 조각 삼킨 듯이 빛나곤 합니다

나는 그들이 손을 모으며 입을 열 때 피어오르는 우주의 따뜻한 색을 봅니다

그리고 안심한 듯이 강에 비치는 불빛을 담아 보라색으로 나를 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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