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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바다가 무너지는 일 즘이야 세상에서는 별 거 아닐 테다. 오늘도 나의 바다는 수십 번 무너졌다. 고래가 파도에 잠기고 해파리가 숨을 잃었다. 나는 온전하지 못함을 파란 해류가 검은 폭풍우에 휩쓸려 방울방울 조각나는 모습을 통해 실감한다. 이제야 인정한다. 나는 언제나 죽을 수 있다. 가장 진실하고 연약할 때 내는 목소리는 단순하다시피 청아하고 아름답다. 그 목소리를 내기 위해 수십 번 목소리를 잃고 수백 번 침묵했어야 한다. 나의 침묵은 곧 사랑의 반대편이다. 그 자리에서 나는 사랑의 이름을 쓰기 위해 줄을 잡아당긴다. 반대편의 사랑이 성큼성큼 걸어오길 바란 적도 있으나 이제는 서서히 젖어드는 새벽의 돛단배가 가져오는 진실을 안다.
사랑의 반대편에서 나는 바다의 죽음을 목격한다. 나는 증인이 되고자 하여 이곳에 왔다. 죽음은 그러나 숨을 잃는 것 이상이다. 씨앗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숨을 잃기 전 씨앗을 멋대로 부수는 일이란 불가능하다. 바다는 또다시 태어난다. 강하고 활기찬 푸른 태양의 파도가 모여 연한 초록색의 책 등을 이룬다. 나는 이전에 있었던 새로운 단어를 적는다. 진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책은 숨을 쉴 수 있는 것이다. 고로 수십 수백 번 무너진 바다는 바로 선다. 태양을 바라보며 태양을 품고 산을 바라보며 산을 품는다.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