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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아네모네

by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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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바람의 물결이 아네모네가 새로 피워낸 꽃잎에 닿는 3월입니다. 하늘에 닿을 듯이 팔을 뻗어 자라난 꽃잎은 새벽이슬에 무지개를 담으며 해가 저물 때 노을의 색을 공기에 띠게 합니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늘의 하늘까지 성실히 닿고 만나는 이들에게 사랑의 인사를 나누는 사람이요. 아름다운 향수의 냄새를 풍기는 멋도 좋지만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온유의 향기를 내는 건 얼마나 사랑스러운 일인지요.


태양 아래 거니는 백로 한 마리 없이, 유유히 헤엄치는 바다거북 한 마리 없이 가장 바쁜 도시는 정적에 휩싸인 채 봄을 맞습니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도시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았어요. 소리가 가득한 곳을 찾아 따라가는 겁니다. 때로는 멋들어진 불협화음을 연주하는 바이올린 선율일 때도 있고, 울음을 가장한 고래의 노래일 때도 있습니다. 도시의 밤은 아름답지만 불현듯 밤이 없다면 더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어요.


몇십 년이나 실이 풀려온 털뭉치는 다른 색의 실을 만나는 게 두렵습니다. 고요한 거리의 온유한 걸음을 깨뜨리지 않고 싶기 때문이죠. 털뭉치는 그래도 갈 길을 나아갑니다. 아직 사랑의 인사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걸음은 민첩하고도 가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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