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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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 처음인 것 같은데, 내가 태어나 기억하기로 3월에 눈이 내리는 날은. 영원 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일도 미래도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란 게
참 이상하다. 3월의 눈만큼이나. 파랑과 분홍이 섞인 만년필의 잉크만큼이나. 나는 3월에 태어났고 매년 새로운 봄을 맞는다. 나의 봄이 영원할 거란 걸 난 안다. 새벽이 깨어나고 벌들이 움직이며 바람이 꽃내음을 머리에 지기 시작하고 사랑하는 이를 향한 편지의 걸음이 가볍고 빨라지는 봄이 다른 모양으로 또 영원할 거란걸 안다. 안다는 건 깊은 눈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포옹 속의 끄덕임. 나는 이렇게 봄의 노래를 짓는다. 이름답게 창조된 세계가 악독한 물질들에 의해 오염되었다고 한들 봄을 벗어갈 순 없다. 작은 풀포기의 숨 끝자락에 대롱대롱 매달린 이름다움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기본 마음으로 봄을 맞는다. 영원은 영원까지 존재하기에. 나는 오늘의 봄을 고대하고 감사하며 축제의 이름을 붙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