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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신부

3월

by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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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3월의 신부로 불러주신 당신께 감사하다. 내가 아무것도 아닐 때에 사랑은 날 절벽으로 밀었고 당신의 바다에 빠져 숨을 잃은 후에야 나는 사랑과는 먼 길을 걸어왔음을 깨달았다. 그때에 비눗방울에

갇힌 안전한 가장 작은 물고기처럼 당신의 손길이 나를 감싸 안았음은 지금에서야 느끼는 기억이다.

내일 다시 넘어져도 오늘 일어나 달릴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자의 특권이다. 내 몸이 산산조각 부서져

땅이 경멸하고 흙이 저주하여 어느 꽃의 거름도 되지 못할 썩은 파편이 되기를 바라는 나날이었다. 그날은 다시 올 것이다. 그래도 나는 당신이 내민 손을 잡고 3월의 신부가 되어 소중한 길을 맨발로 걸어 나간다.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신부가 되는 건 아니라고 여겼던 적도 있으나 모든 걸 바쳐 파도 위에 불타는 꽃을 피우는 열정과 열성으로 당신을 사랑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한 기쁨은 없을 테다. 세상에서는 더 크고 더 기쁜 것이 사랑의 측면이라고 여겨지는 듯하다. 그것이 옳은 적은 없으나 당신께서는 더 크고 더 기쁜 것을 내게 약속하셨다. 눈 감아야 반짝이는 마음이 아름답다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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