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19
봄이에요.
새들이 지저귀며 노래하고 아이들이 풀밭 사이사이로 웃음을 터뜨리며 뛰어다니는 소리가 귓가를 가득 채우는 봄이에요.
나는 내 손 안의 구슬 열개를 구슬리며 유리가 부딪히는 청량한 소리를 냅니다.
가만히 올려다본 하늘은 고래 모양의 구름이 태양을 둘러싸고 두둥실 두둥실 춤을 추네요.
내 볼에 그려진 토끼는 볼을 발그레 붉힌 채 약간은 지쳐 있습니다.
숨고 싶어서 웅크린 채 있지만 봄의 태양을 만지고 싶어서, 그에게 발견되기 위해 초록과 파랑의 경계를 뛰어다닙니다.
나는 발견되면 모든 걸 포기하고 기뻐합니다.
사랑의 얼굴은 봄을 닮았어요.
저는 여기 있어요.
피곤과 분주를 밟고 돌 위에 서있어요.
웅크렸던 토끼는 눈을 들어 햇살의 냄새를 맡습니다.
고소한 햇살은 아무것도 탓하지 않아요.
봄이에요.
진정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