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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영 Nov 13. 2019

 누브라 판공초를 가다

누브라 판공초

 언젠가 텔레비전을 돌리다 끝없이 펼쳐진 파란 하늘과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하얀 구름이 

찰랑찰랑 고요히 흐르는 맑은 호수의 모습을 기억한다. 

언젠가는 그 호수에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그곳의 이름은 판공초. 초는 인도나 네팔어로 호수다. 

네팔을 오가며 조금씩 용기를 내어 인도 레에서 판공초에 가보기    

  “판공초 갈 사람 있나요?” 

 레에 도착한 그날부터 메인 바자르 주변에 모여 있는 에이전시를 돌며 일행을 모으기 위해 돌아다니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직 시 즌 전인 6월인 데다 예년보다 다소 늦게 날씨가 풀려 인근 마날리나 다람살라

에서 올라오는 길이 열리지 않아 일행을 만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곳저곳 현지 에이전시를 돌며 일행을 

부탁하고 내가 묵 는 호텔로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본 타스칸 호텔 주인인 네팔인 소누 (Sonu)는 영어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이틀간 있었던 일들을 말하였더니 자신의 동생이 에이전시를 운영 중이니 도와주겠다 며 당장 전화를

걸었다. 내게는 혹시 내일이라도 떠날 수 있을지 모르니 퍼밋을 먼저 만들자며 여권을 달라고 하였다.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현지에 아는 이라고 하나 없이 혼자였던 나는 여권을 주며 퍼밋을 먼저 신청했다.

잠시 나가 레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숙소인 호텔로 돌아오자 소누가 반색을 하며 내일 바로 판공초로 

출발할 수 있다고 하였다.



 아침 9시에 출발하기로 하고 방으로 돌아와서 이제는 일상이 된 짐 싸기를 시작하였다. 두고 갈 것과 가지고 갈 것을 나눠 짐을 싸고 설 레는 마음을 안고 잠이 들었다. 

아침 일찍 눈을 뜬 나는 레의 건조하고 일교차가 심한 날씨에 밤 사이 돌돌 말고 잔 담요 두 장을 박차고 일어나 고양이 세수를 하고 말끔히 방을 정리한 후 로비로 나갔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소누가 시켜준 토스트와 블랙커피를 먹었다. 픽업 온 기사를 만나 지프를 타고 함께 가기로 한 다른 일행을 태우러 다른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흡사 한국인처럼 생긴 어려 보이는 청년이 올라타더니 영어로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나도 인사를 하며 악수를 하였는데 이 친구 너무 반가워하며 눈을 떼지 못한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친구는 레 공항에서부터 나를 보았고 심지어 택시를 쉐어하려고 망설 이다 나를 놓쳤다며 다시 만나게 된 것을 아주 기뻐하였다.

그의 이름은 제이슨 림이며 싱가포르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때까지는 그 가 트레킹 내내 나를 유난히 따르는 친구가 되리라는 것을 우리 모두 몰랐다. 



  판공초는 레에서 3~4시간 정도 걸려서 당일 일정으로도 다녀올 수 있어 인기가 많은 곳인데 원래 3박 4일

 일정으로 다녀오고 싶었던 나는 아직 완전한 성수기 직전이어서 일행을 모을 수 있는 2박 3 일로 정해야했다.

 인도에서의 트레킹은 네팔과 달리 모든 금액이 정해져 있고 사람 수에 따라 n분의 1로 나눌 수 있어 어찌보면 조금 더 경제적이라고 느껴졌다. 

결국 얼마나 사람을 모아서 가느냐에 따라 비용의 많고 적고가 결정된다. 

제이슨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유난히 까만 피부의 특이 한 억양의 영어를 사용하는 인도 가족을 

만났다. 

그는 할리우드 코 미디에 나올 듯한 인도인 느낌으로 인도 내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 근무한다고 하였다. 

인도 부부와 7살 남자아이가 타고 간단히 인사 를 나눈 후 지프가 출발하였다.

 지프가 출발하자마자 인도 꼬마는 핸드폰을 들고 게임을 시작하였다. 

게임을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어폰도 끼지 않고 커다란 음악 소리와 인도 말을 듣는 나는 조금 힘들었다.

하지만 어쩌랴, 참고 즐겁게 가려고 노력해야지.






인도 사람들의 눈 구경 

레에서 9시에 출발해 10시 30분 경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로라는 카르동라(Kardong La, 5,320m)에 도착

했다. 5,000m가 넘는 고속 도로라 그런지 30분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하얀 눈이 날리고 있었고 주변이 

온통 눈밭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외국인이 대부분 일 거라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대부분이 인도인이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물어보니 인도의 모든 곳에서 눈을 볼 수 없으니 눈을 보려 고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 

호수를 관광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국토의 대부분이 40도를 육박하는 뜨거운 나라이니 눈이 신기하겠구나 생각했다. 

그곳에서 전날 미리 사놓았던 바나나와 함께 먹기 위해 밀크티 를 주문하였다. 

비바람이 치는 카르동라의 찻집에 앉아 차와 함께 바나나를 먹으며 주변을 둘러보다 고도가 적혀있는 푯말 

앞에서 사 진을 찍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제이슨에게 부탁해 한 컷 찍어 보았는데 영 어색하다. 

약 30분 간의 휴식을 뒤로 하고 출발, 1시간 30분 만에 점심을 먹고 또 시간 반을 더 달려 입장료를 내고 

불상이 멋진 수도원에 도착하였다. 

그 곳에서 우리를 먼저 반겨준 것은 스투파(탑)로 그 높이와 크기는 흡사 10층 빌딩만큼 크고 높았다. 

그 모습에 압도당한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근처 수도원으로 이 동하였다. 

한적한 마을 꼭대기 하얀 건물. 그 모습은 나에게는 흡사 그리스의 평화로운 마을로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약 3시 경 훈데르 마을에 도착한 우리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보여주는 방들 중 마음에 드는 방을 골라 

잠시의 휴식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훈데르 숙소에서 일행들과 따듯한 차를 마신 후 근처에 있는 사막을 찾아갔다. 

우리가 간 시간은 한국 시간으로는 해가 질 만한 시간 이었는데도 사막 체험을 하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서울에 급히 작업을 하여 메일을 보내야 할 것이 있어 오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나 때문에 1시간 후 지프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기로 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낙타 체험을 하는데 나는 웬일인지 네팔 치트완에서처럼 낙타 또한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막의 끝까지 가자 금방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훈데르의 첫날 저녁을 맞았다. 

이튿날, 드디어 고대하던 판공초 가는 날이다. 

아침 7시 문을 두 드리는 소리에 문을 여니 따끈한 밀크티를 가져다준다. 

따뜻한 밀 크티를 마신 후 식당으로 가 아침식사를 마치고 체크아웃을 한 후 9 시가 조금 넘어 판공초를 향해 출발했다. 

사막처럼 흘러내리는 잔 돌이 일색이었던 풍경이 갑자기 단단한 바위 지형으로 달라졌다. 

척박해 보이는 이곳에서 놀라운 것은 4,000m와 5,000m대의 도로 들도 포장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네팔보다 큰 국력을 가진 인 도라서일까? 

그 높고 척박한 곳에 포장된 도로와 길을 둘러싸고 뻗 어있는 전깃줄이 새삼 대단해 보인다. 

이곳은 인도 지역 중에서도 특히 불교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지나는 곳마다 작은 곰파를 손으로 돌린다. 

그런데도 장비 없이 맨손으로 돌을 깨며 길을 정비하던 네팔과 달리 포크레인 등 중장비들이 동원되고 있었다.
호수로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다 차로 약 4시간을 달려 탕쉐 마을에 도착을 했다. 

영화 ‘세 얼간이’ 배경 식당을 지나 그곳을 마주 보는 높은 식당에 들어가 야채 스프를 주문해 먹었는데 정말 건강하고 맛있었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나 는 옆에서 “여기가 판공초야”라는 작은 외침에 화들짝 놀라 깨어보 니 파란 하늘과 구름 그리고 맑은 물이 흐르는 호수가 나타났다. 

찰랑찰랑 맑은 물소리를 내며 흐르는 호수의 물을 보니 복잡했던 마 음이 차분해짐을 느꼈다. 

총 6시간을 달려 판공초에 도착했는데 긴 차량 이동으로 피곤했 고 4,000m대의 호수 바람 때문이지 그동안 아무렇지 않았던 제이 슨과 인도인 부인이 추위를 호소하며 고산증세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시사철 더운 지방에 사는 싱가포르 청년과 인도인 부인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듯하였다. 

할 수 없이 내가 가지고 있는 폴라텍 소 재의 옷을 제임스에게 주고 ‘샤워금지령’을 내렸다. 

매일매일 씻어야 하는 더운 나라에서 살다온 제이슨은 고산이 올 수도 있다는 말에 그날 하루는 샤워도 자제했다. 

내가 주문한 뜨거운 물을 들고 들어 가 차를 마시며 다음날 새벽 일출을 기약하며 잠이 들었다. 

드디어 새벽, 하지만 커튼을 열고 본 하늘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 고 밤사이 내린 눈은 그치지 않고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 조차 진짜 그림 같았다. 

머리가 또 아파오기 시작하고 엄청 추웠다. 

많이 추워하는 제이슨에게 핫팩에 몸을 동여매고 담요 세 개랑 이 불을 덮고 침낭에 깔리다시피 해서 자라고 했다. 

이미 3일째 제대로 씻지도 못한 상태. 물이 귀한 지역이라 따뜻한 물은 사치다. 세수랑 이만 간신히 닦았다. 

꼬질꼬질해진 상태에서 모자 쓰고 선글 라스 끼고 열심히 마지막 날까지 사진을 찍었다. 

콜라와 고기, 따뜻 한 샤워가 간절했다. 

저녁은 현지식 달밧 또는 티벳식 툭바나 덴뚝이 대부분이었으며 인터넷과 단절된 지도 벌써 3일째이다.

비록 인터넷은 안 되었지만 매일 밤 북두칠성을 비롯한 수많은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질 듯 손 에 잡힐 듯 보이는 아름다운 모습을 선물해주었다. 

안나푸르나에서 본 별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정말 매일 밤, 밤하늘을 목이 빠 져라 바라봤다. 

별이 이렇게 많고 아름다울 수 있구나. 

판공초 투어에 간다면 며칠 동안 먹을 과자와 초콜릿 같은 군것질 식량이랑 핫초코나 차 종류를 챙겨 가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바나나 같은 과일도 사 가길 추천한다. 이동하다 보면 다른 곳과는 달리 가게 찾기가 쉽지 않다.  또한, 뜨거운 물을 넣고 안고 잘 수 있는 물병도 챙 기는 것이 좋다. 

고산증 예방에 필수다. 실제로 우리는 판공초에서 돌 아오는 날 밤사이 내린 눈으로 인해 해발 5,000m가 넘는 도로에서 3 시간 동안 갇혀 싱가포르 청년이 심한 고산병을 겪어야 했다.
이 세상 평화로움이 아니다 정말 세상의 어떤 곳과도 비교할 수 없었던 판공초 호수. 

청량한 찰 랑찰랑 물소리와 아름다운 하늘의 모습. 

이곳이 어디인가 순간을 잊게 하는 묘한 매력이 모습. 

지구가 아닌 듯한 풍경이 계속 이어지 며 나로 하여금 매 순간 감탄의 탄성을 지르게 한 판공초. 

이른 새 벽의 모습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또 한 번 갈 수 있다는 생각 에 묘한 용기가 끓어오른다. 

만약 여행지로 어디를 추천하겠느냐 물으면 현재의 나는 큰소리 로 인도를 추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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