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처지의 사람 만나서 아이 한둘 낳고 기르며 알콩달콩 사는 삶, 왜 이런 지극히 소박한 삶이 어떤 이들에게는 이다지도 힘든 것인가.
신분제 사회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었던 것이 오늘날에는 쉽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 신분제 사회에서는 이미 삶의 틀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사고의 틀도 그 이상을 넘어서지 않았다. 신분제 사회가 아닌 오늘날, 삶의 틀과 사고의 틀은 정해져 있지 않다. 신적인 위치에서 바라보자면야 대부분의 삶은 정해져 있다고 보아야 하겠지만.
그러나 자신의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사고만이 앞서 나가기 때문에 또는 눈앞의 욕망에만 눈이 멀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자본주의 사회, 욕망 폭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해 보인다, 생각만으로는. 게다가 온갖 매체의 화려한 이미지들, 화려한 이미지의 사람들의 모습에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며 자라나게 마련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동일시에 익숙해지다 보면 남루한 자신의 현실엔 눈을 감는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꼭! 물론 성공하는 소수도 있지만, 다수는 그렇지 않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거기에서 모든 문제는 비롯한다. 하는 일에 있어서도, 남녀 관계에서도. 비슷한 처지이면서 서로의 마음속에는 좀 더 잘 나가는 삶의 모습과 멋진 이성이 자리하고 있다.
맥락 없이 파고 들어오는 정보들이 넘쳐흐르는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다가 시간이 흐른 후 아차차, 하고 무릎을 치지만 어떻게도 되돌릴 길이 없다. 그런 상황 속에서 치솟아 오르는 건 공격성이다. 뜻대로 되지 못한 것을 내뿜고 싶어한다. 공격성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타인이나 세상을 향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고 자살률은 치솟고 있다.
그러므로, 이른 나이일수록 현실을 직시하는 눈이 대단히 중요하다. 현실을 직시하고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는 삶.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허황된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남겨진 것은 파멸밖에 없다.
감독 : 홍현기
출연 : 이두일, 류현경, 강인형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