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에 관하여

일상에서 생각 줍기 #5

by 이룸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후회할 게 참 많다. 왜 그때 그런 식으로 말하고 행동했을까.


때와 장소와 상황은 각기 달랐지만 후회를 관통하는 핵심이 뭘까, 압축해보면 좁은 시야 또는 좁은 생각인 듯하다. 좀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고 생각했으면 별 일 아닌 것을, 좁은 시야에 갇혀 있으면 별 일 아닌 것도 크게 확대되어 보인다.


일찍이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세상의 본질에 대해 ‘만물은 흐른다’는 말로 정리한 바 있다. 그렇다. 강물이 흐르듯 시간도 끊임없이 흐르고, 그에 따라 우리의 몸도 우리의 생각도 변화한다. 똑같은 개념이나 사건에 대해 20년 전과 10년 전과 지금, 비슷할 수는 있어도 똑같을 수는 없다.


모든 미움과 싸움의 근원에는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사고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사고방식을 좋은 의미로는 ‘신념’이라고 하고, 안 좋은 의미로는 ‘아집’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끼리끼리 어울리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비슷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어야 얘기도 잘 통하고 다툼의 여지도 적다. 그러나 아무리 비슷한 성향일지라도 모습이 그렇듯 생각 또한 나와 백 퍼센트 들어맞을 수는 없다.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않고 앞만 바라보며 살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후회할 필요도 없고 마음 편히 살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사는 게 과연 바람직할까. 후회와 반성이 없다면 자기 발전 또한 없지 않을까. 물론 후회와 반성은 앞으로 나아감을 전제로 한다. 후회와 반성에 매몰되어 절망감이나 자기혐오에 빠져 허우적거려서는 안 되겠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미움이라는 감정이 생겨나는 것도, 다툼이 벌어지는 것도, 시간이 지나 후회를 하는 것도 모두 불가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라고 본다. 후회와 반성을 통해 ‘나’를 재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톨스토이의 소설 중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제목이 있는데, 나에게 물음을 던진다면 사람은 생각의 크기로 산다고 답하겠다. 생각이 좁으면 자기 생각만 옳다고 고집할 확률이 높고, 그래서 상대방과 다툴 여지도 많아진다. 후회와 반성을 통해 생각을 키워나가면 나와 다른 사고방식을 받아들일 빈 공간이 넉넉해진다. 그러면 미움보다는 이해와 연민의 감정이 활성화되리라.


후회에 관하여.jpg 2012년 8월 지리산 이끼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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