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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매혹의 예술가들 #1

by 이룸

스무 살 때 카프카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 그 느낌이란 ‘그냥 확 꽂혔다’고 표현할 수 있으리라. 좀 더 자세히 표현해 보라고 한다면 길게는 설명할 수 없었다. 그동안 읽어본 작품들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그동안 읽은 책이 많지도 않았지만) 독특함, 말로는 제대로 나타낼 수 없지만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는 신비함, 정도로 설명할 수 있었다. 베일에 가려져 있어야 더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여인처럼, 안개에 싸여 있어야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풍경처럼 인식되었다.


지금 와서는 어떻게 느껴지냐고 물어본다면, 표면적으로는 사실적이지 않지만 이면적으로는 그 어떤 작품들보다 사실적인 작품들이라고 대답하겠다. 보통 수준의 작가들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려 애쓸 때 카프카는 잠재의식의 세계를 현실로 끄집어내어 형상화한 듯하다. 그러니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의 세계를 다룬 작품들과도 성질이 다르다. 일반적인 환상의 세계는 실제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그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바를 대리만족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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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카프카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변신』은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원더우먼, 트랜스포머 같은 할리우드 영화들과는 대척점에 있다. 똑같이 ‘변신’을 모티프로 하고 있지만, 할리우드 영화들에서의 변신이 누구나 꿈꾸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어마어마한 힘과 능력을 지닌 영웅을 보여주는 데 반해, 『변신』에서는 누구나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지만 많은 사람이 그와 같이 될 가능성이 큰 존재를 형상화했다. 우리가 슈퍼맨처럼 지구를 위기에서 구하게 될 확률은 0퍼센트가 확실하지만, 『변신』에서의 그레고르 잠자처럼 버러지 같은 존재로 취급당할 확률은 꽤나 높지 않은가.


카프카 소송.jpg


카프카의 또 다른 대표작인 『소송』과 『성(城)』의 경우에는 아무리 나아가도 도달할 수 없는 세계를 다루었다. 무언가를 깊이 파고들어갈수록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보았으리라. 배우면 배울수록 알아야 할 게 더 많아지는 법이다. 그리고 그 끝은 없다. 『소송』에서의 법이 그러하듯이, 나에게 있어서는 시가 그렇고 소설이 그렇고 사진이 그렇고…… 인생 자체가 그러하다. 조금 아는 상태일 때 오히려 자만심에 빠지기 쉽다.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인 것으로 착각한다.


우주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리가 지금 아는 건 과연 얼마 만큼일까. 저 옛날, 천동설을 믿던 시절엔 그것이 곧 절대불변의 법칙이었다. 법칙에 어긋난 말을 하는 사람은 불태워 죽이기까지 했다. 정치든 경제든 문화든…… 답이 딱 떨어지는 세계는 있을 수 없다. 다만 그 사회에서 일정하게 부여한 의미에 따라 인간은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살아갈 뿐이다.


스무 살 때 카프카를 처음 만났고, 그는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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