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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홍작가 Sep 21. 2023

꿈동산 이민 말고


 꼼꼼한 조사 없이 환상만 품은 채 간 꿈동산 이민, 배우고 적응하려는 노력 없이 풀 죽어 사는 답답이 이민, 먹고 살 계획도 준비도 없는 다짜고짜 도피 이민.     


 이런 이민이면 “이 나라 절대 오지 마라, 한국이 최고다” 소리 하며 귀국하는 향수병자, 돌아온 탕아가 될 위험이 있다.      


 준비와 노력 부족을 엄한 외국살이 탓으로만 돌리는 건 핑계다.

준비되고 공부된 이민을 가자.     



- 한국 대신 어디에서 살 것인가?

- 왜 꼭 그곳인가?

-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갈 것인가?     


 이 물음에 진지하게 대답해야 하는 이유다.     




 배우자를 고를 때도, 새 차를 살 때도 적용되는 그 선택의 법칙. ‘장점만 말고 단점도 계산해라’의 룰을 따를 때다.      


 ‘저 인간이 코 골아도 핸썸한 얼굴이 다 커버치니 괜찮아. 방은 두 개 쓰면 돼’ 이런 거. 장기 만족 보장한다.


 ‘몰랐는데 드럽게 코를 골아. 이렇게는 못 살지’보다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갈등 생기지 않게 미리 각방 침대 준비한 것만 봐도 헤쳐 나간다는 의지가 보인다. (할 건 다 하고) 잠을 따로 자는 커플들의 수면의 질이 더 높다는 통계도 있다.      



이민도 마찬가지다. 이런 단점을 감수하고 저 장점들을 찾아서 온 거라는 판단이 확실해야 적응도 빠르고 잘한 일이란 만족감도 높아진다. 그러니 단점도 공부하자.     



   

 이민 전 조사해 보니, 캐나다는 택배가 느리고 행정도 한국보다 더뎌서 답답할 수 있단다. 밤늦게까지 유흥문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심심하단다.      


 하지만 나에겐 별 걱정거리가 못 됐다. 캐나다의 장점인 여유있는 문화, 가정적인 문화로 인해 생기는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배달 좀 늦게 받는다고 인생 뒤흔들 큰일은 안 생긴다. 반면 택배는 빨라도 삶의 여유가 없고 각박한 한국식 문화는 사람 지치게 만드는 심각한 단점이다. ‘아니 아직도 안 오고 어딥니까!?’     


 폭음, 잦은 단체 회식에 개인 시간은 부족한 한국 문화 대신에 좀 소박하게 개별적으로 즐기는 문화도 맘에 들었다. 미치게 일만 하다가 겨우 짬 내서 어디 한번 죽어보자는 식으로 노는 극단적인 한국식 문화보다는, 

평범한 일상 속에 잔잔바리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가능한 사회

가 취향에 더 맞았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비슷한 곳에 모이는 법. 캐나다에 와서 만난 이민자들도 추구하는 바가 비슷했다. 고르고 골라 여기가 좋다며 온, 여유롭고 순한 맛을 찾는 사람들이 많더다.          




 다만 이민 전부터 걱정이었던 것은 캐나다의 느린 의료 시스템이다. 의료보험료를 따로 내지 않고 무상으로 치료받는 건 좋지만 그런 만큼 대기 시간이 길고 한국처럼 여기저기 의료쇼핑을 다니긴 어렵다.     


 물론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다. 느린 무료 진료 말고 비싼 프라이빗 클리닉에 가면 빠르다. 한국에선 5만원 하는 복부 초음파 검사가 여기선 15~20배는 비싸다. 캐나다 부자들은 급하면 돈 싸들고 가까운 미국 병원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런 의료 시스템은 한국보다 아쉽다. 인정. 그래도 다른 장점들이 너무 크다는 비교 끝에 이민을 결심했다.


 깨끗한 공기 말고도 뭐가 그리 장점인지는 3부 내내 얘기할 거니 조금만 기다려주시길.      


 의료 시스템이 느린 걸 다 알고 왔으니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한국에서 살 때보다 더 건강하게 먹고 운동한다. 살다 보면 인력으로 안 되는 상황도 있겠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며 사는 거다. ‘각방 침대’ 같은 대비다.     



    

 꿈동산 이민 말고 준비된 이민이려면 ‘거긴 어떤지’만이 아니라 ‘거기선 뭘 할 건지’도 생각해야 한다.      


 내 직업을 이어갈 수 있는지, 없다면 다른 일 어떤 걸 할 수 있는지, 그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할 건지, 어떤 단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등(캐나다는 이민자를 돕는 단체가 잘 갖춰진 나라이고 이 얘기는 3부에서~).     

 

 다행히 미국 캐나다 유럽 등의 선진국은 취업률도 한국보다 높고, 자영업이나 사업의 생존율도 한국보다는 높다.

한국에서 먹고살기보다 이런 나라에서 먹고살기가 쉬울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의 창업기업 1년 생존율은 63.7%, 5년 생존율은 31.2%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1년 생존율 79.1%, 5년 생존율 50.6%로 높다.(아산나눔재단 자료)      

 

 2019~2020년 기준 OECD 국가별 자영업 비중 순위에서 한국은 24.6%로 자영업자가 매우 많은 나라였다. 반면 캐나다는 8.2%, 미국 약 6%로 낮은 편이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으면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고 수익률은 낮을 수 있다. 블록마다 하나씩은 있는 치킨집들 개업과 폐업이 속출하는 이유다.     


 한국의 대학 취업률은 평균 약 64%인데 캐나다와 미국은 약 80%이다. 아일랜드 노르웨이 스위스 스웨덴 등은 약 90%에 육박한다. 호와!     

 

 유학 후 취업 이민을 간 사람들은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이들 취업률은 더 높다.     

 

 의료공학, 수의사보조, 안경공학, 물리치료, 항공정비, 사이버지능수사, 디지털시각효과, 게임개발, 웹디자인, 용접,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보석공예, 3D애니메이션, 시각디자인 등등. 이런 과들은 95% 전후의 취업률을 보인다.     



  

 거저 먹고사는 나라는 거의 없다. 카타르처럼 석유, 가스 덕에 국민들에게 매달 500만 원씩 퍼주는 나라가 아니고서는. 다만 한국보다 쉬운 나라는 있다. 새 나라에서 새 언어 쓰며 어찌 먹고살지 걱정될 때 다른 나라들의 저런 수치들을 기억하며 용기 내 볼 만하다.    


  




캐나다홍작가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ongwriter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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