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나다홍작가 Sep 21. 2023

왜 하필 캐나다냐고요?


 그래, 왜 하필 캐나다였을까?     

 


 나는 겉으론 무던해 보이지만 속은 꽤 까다로운 사람이다. 교육 서비스직 이십 년 동안 갈고닦은 ‘그랬구나, 잘했어, 괜찮아’식 친절 페르소나로 무장했지만, 재고 따지고 거르고 깐깐하고 조심하는 게 본 성격이다. (뚜둥-)     


 미세먼지를 피해 어디로 갈지를 고를 때도 깐깐하고 빡빡하게 군 덕에, 잘했다 잘했다 셀프 궁디팡팡을 시전하며 살고 있다. 뭔 짓을 했던 건지 소개하련다.     



   

 이민 결심 당시 나는 해외여행도 거의 가본 적 없는 촌놈이었다. 그래도 20년 갈고 닦은 검색 장인 실력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깐깐하게 골라야 나중에 후회하며 머리 쥐어박을 일이 없을 거란 부담을 등에 업고.     


 내 이민의 이유가 미세먼지 피하기였기에 첫째로 공기 깨끗한 지역부터 선별했다. 북미, 중미, 북서유럽, 오세아니아 지역, 일본, 필리핀 등이다.     



 둘째로 그중 선진국만 추려냈다. 먹고살 만해져 꽤 멋진 한국에서도 한계를 느껴서 뜨는데, 한국보다도 못한 꼴을 보고 살 수는 없을 테니까. 나라 시스템, 여성 인권, 치안, 복지 등 뭐라도 하나 불만족스러우면 머리 쥐뜯을 날이 올 거 같았다.      



 셋째로 지진, 화산, 허리케인 등의 자연재해가 흔한 곳은 멀리했다. 미세먼지를 피해 무병장수하겠다며 와서 지진으로 죽는다면 얼마나 허무할 것인가. 뉴질랜드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지만 빈번한 지진이 걱정이었고, 일본은 지진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문제까지 겹쳤으니 제외하기로 했다.     



 넷째로는 그 좋다는 미국까지 감히 걸렀다. 장점 많은 선진국이지만, 사실 무식한 사람들도 꽤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인종차별, 총기 난사 문제 등이 자주 보도되고 있지 않나. 이렇게 거친 나라 말고 국민성이 좀 순한 나라, 교양 있는 나라에 가야 이민자로서도 마음 편할 거라 생각했다.     

 


 다섯째, 노인이 살기 좋은 복지국가를 골라야 했다. 한국에선 입시 강사로 이름을 냈지만 이 경력은 캐나다에선 못 살린다. 거긴 한국어 논술 학원 같은 건 없으니까. 고로 나는 앞으로 부자 노인이 아닌 서민 노인으로 살 확률이 훨씬 높다. 쿨하게 인정. 그러니 노인이 안락한 국가여야 했다.      

 

 그런데 조사하며 보니 대부분의 선진국 노인 사정은 한국보다 훨씬 나았다. 땡큐 & 패쓰-     

 


 여섯째, 까탈을 떠는 김에 더운 지역도 빼기로 했다. 기후 재앙, 지구온난화 시대에는 문제가 점점 커질 곳이다 싶어서다. 홍수, 가뭄에 해충도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호주를 감히 제외했다. 호주의 멋들어진 산호 해변은 풍광이 심심한 캐나다와는 생판 다르다. 하지만 내가 지금 휴가차 놀러 갈 곳 정하는 게 아니니 아쉬워도 참기로 했다.     

 

 물론 요즘 보니 캐나다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아 전보다 더워지고는 있다. 산불도 더 많이 난다. 그래도 원래부터 온도가 40도 가까이 올라가는 더운 나라들보단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중이다.      

 


 일곱째, 영어권이 아닌 유럽 일부 국가도 제외했다. 당시엔 영어도 초딩 실력이라 갈 길이 멀었지만, 그래도 프랑스어, 독일어 등 완전히 새로운 제3의 언어를 새로 배우느니 영어 공부가 편했다. 전보다 머리도 덜 돌아가는 중년이다. 질리게 했던 공부 더는 하기 싫은 이 마음, 소중히 지켜주기로 했다.      

 

 물론 나이 들고도 나와 달리 잘 해내는 분들도 많으니 각자의 기준에 따르면 된다.     

 



이렇게 까탈에 까탈을 부린 끝에 남은 곳이 북유럽과 캐나다였다. 북유럽은 모국어 외에 영어도 잘 쓰는 곳이다.      

 

 두 지역 다 잘 배우고 시민의식 높은 사람들이 사는 복지국가다. 어디든 국민 100%가 다 한결같진 않지만 그래도 국가 풍, 평균이라는 게 있다. 이 지역들은 국가 풍이 마음에 드는 정도를 넘어서 선망의 대상인 곳이다. 오케이!     

 

여기까지는 실컷 오만하게 굴었다. 하지만 이제부턴 겸허해지는 순간이다. 바로 ‘그런데 내가 갈 수 있나?’가 남았으니까.    


 


  

 그리로 갈 이민 방법들을 다시 폭풍 검색했다. 이민회사들 여러 곳을 돌며 상담도 받았다.     

 

 그러다 당시 내 능력치로는 북유럽에 쉬운 방식으로 이민 가긴 글렀다는 걸 알게 됐다. 흑...      

 

 북유럽은 캐나다보다 복지제도 및 의료시스템이 더 잘 되어 있는 나라다. 살기 좋은 나라 리스트에서도 매해 캐나다보다 상위를 차지한다. 만일 그 나라로 이민갈 방법이 있었다면 지금 캐나다 입덕기가 아니라 스웨덴 입덕기, 노르웨이 입덕기를 쓰고 있었을 거다.      

 

그런데 북유럽은 이민자를 많이 받지 않는다.      

 

 허걱, 그렇다. 국토 작은 부국, 다양한 이민자를 굳이 받을 필요 없는 나라다. 이민자를 많이 받고 환대하는 캐나다가 결국 정답이 됐다. 이민자를 환영하는 나라답게 이민유형도 매우 다양하다. 덕분에 각자의 조건에 맞는 유형을 찾게 될  확률도 상대적으로 높다.

 


 내 경우는캐나다 몇몇 주 사업 이민에 가능성이 있었다. 그중 지원자가 상대적으로 적을 작은 지역 PEI주(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주)를 골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캐나다의 각 주 및 지역>

위키피디아 자료


             

  캐나다에 사는 4명 중 1명은 이민자다.(2021년 기준)      

 

 매해 인구수 4,000만 명의 1%쯤 되는 사람들에게 영주권을 주고 그 두 배쯤 임시 이민자들도 받는다. 그래서 해마다 약 100만 명 정도나 이민을 온다. 캐나다는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환영하는 나라다.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과는 분위기가 꽤 다르다.     


 한국인은 ‘빨리빨리’를 좋아하고, 일본인은 민폐를 싫어하고, 독일인은 규칙을 잘 지키는 등, 평균적으로 보이는 국민성이 있다.

캐나다인은 순하고 친절하다

고 알려져 있고 살아보니 진짜진짜로 그렇다. 약삭빠른 한국인 관점에선 좀 귀엽기까지 하다.      

 

 미국 코미디 프로에서는 종종 이런 캐나다를 촌스럽다며 놀린다. 그러나 완전 다른 세상에서 살아야 할 잔뜩 겁먹은 쫄보 이민자에겐 캐나다의 이런 순둥순둥함이야말로 최고의 매력 포인트일 수 있다.      

 



 이민자를 반기는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곳,

 공기 맑고 복지 잘되고 노인들까지 안정적으로 사는 나라, 돈 많고 순한 맛인 선진국. ‘그래 단풍 나라로 가자!’      



이렇게 캐나다로 오게 됐다.






캐나다홍작가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ongwriter2019/


이전 10화 꿈동산 이민 말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