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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홍작가 Sep 21. 2023

운전할수록 힐링이라니



 캐나다에 살면 좋은 점 좀 알려줘라고 물으면

운전할수록 힐링이 돼-

썰부터 풀곤 한다. 한국빠였으나 지금은 캐나다빠인 자의 흐뭇한 미소는 덤이다.     

 

 군필자들이 군대 축구 얘기에 열을 올린다는 것처럼, 나는 캐나다 경험담 중에서 운전문화 얘기를 아주 재밌어한다. 한국 이민자들 모임에서도 이 얘기에 너도나도 신나서 말을 보태는 걸 보면 비단 나만 느끼는 신기함은 아닌 듯.     



 서울 운전은 무서웠다.

거친 운전자가 되기도 쉽다. 다들 날이 서서 빵빵대고 양보는커녕 먼저 가지 못해 안달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사람보다 차가 먼저라는 점. 이게 얼마나 못난 것인지는 캐나다에 오고 나서야 알았다.     



 캐나다에서는 당연하게 차보다 사람이 먼저다. 횡단보도가 없는 곳에서도 사람이 길가에 서 있으면 도로의 차들이 죄다 멈춰선다. 정지화면 보는 듯한 풍경. 그 사람이 길 건너길 기다리는 거다.      


 행인은 손 흔들며 '땡큐'라고 인사하며 건너고 운전자도 웃으며 같이 손을 흔든다. 거짓말 아님. 어쩌다 겪은 일 아님. 늘상 있는 일, 캐나다에선 상식인 모습이다.     


 이민 초반에 길을 걸을 땐 난생 처음 배려받는 이런 양보가 어찌나 부담스럽던지. 특히 사거리에서는 이러는 운전자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차가 없을 때까지 건물에 붙어 숨었다가 길을 건너곤 했다.      


 행인이 곧 죄인인 한국물이 덜 빠졌던 때다. 지금은 여유롭게 손 흔들며 건너다닌다.      

 


차 흐름이 빨리 빠져야 할 상황이라면 운전자에게 너 먼저 가라고 웃으며 손짓해주기도 하는데, 그 운전자도 다시 ‘아냐, 너 먼저 가’ 식으로 손짓을 하니 그냥 건너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몇 초 지체된다고 그 차 뒤에서 빵빵거리는 몰상식한 경우는 지금껏 없었다. 참하기도 하지-     



 캐나다에서는 차와 사람만이 아니라 차들끼리도 양보나 배려를 잘한다. 앞차가 주차하려고 뜸을 들이면 간격을 두고 서서 여유 있게 기다려 주고, 웬만하면 경적 울리는 일이 없다.      



 캐나다 운전 초반에는 좌회전 때 실수를 꽤 했었다. 한국과 달리 신호등에 좌회전 표시가 없이 그냥 녹색불에 죄회전하는 곳이 많아서다. 언제 꺾어야 할지 몰라 주춤주춤하며 시간을 보내도 뒤에서 빵빵거리는 차는 못 봤다.      




 인구밀도 낮은 국가라서 더 여유로울 수도 있다. 대한민국 땅보다 약 100배쯤 넓지만 인구는 4,000만 명으로 적은 캐나다. 출퇴근 시간에는 교통체증이 좀 있지만 한국에 비하자면 귀여울 정도다. 짜증날 일이 구조적으로도 적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영화 <킹스맨>의 유명한 대사처럼, 엄한 제도가 좋은 문화를 만들기도 한다. 세세한 면까지 신경 쓰게 하는 캐나다의 교통법이 사람들을 더 조심하고 배려하게 하는 면이 있다.      

 

 캐나다에선 작은 골목길에도 사거리나 삼거리에는 웬만하면 ‘stop’ 사인이 있다. 여기선 무조건 정지 후에 주위를 잘 살핀 뒤 질서 있게 먼저 온 순서대로 한 대씩 지나간다.      

 

 정전으로 신호등이 망가진 사거리에서도 이 규칙을 지키며 다들 질서있게 운전하는 모습에 놀라게 된다. 한국에서였다면 교통경찰은 어딨냐며 따지기 바빴을 뿐 이렇게 원활한 흐름은 어려웠을 것이다.      

 

 노란색 통학버스가 정차해서 아이들이 내리면 주변 차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다 정차해야 하는 법도 있다. 아이들이 사방팔방 어디로 뛸지 모르니 조심하는 차원이다. 어기면 벌금이 센데, 내가 살던 주에서는 최대 5,000 캐나다 달러, 한국 돈 약 450만 원까지 물리기도 한다.     

 

 캐나다는 미국과 같은 북미에 있지만 이런 부분은 미국과 상당히 다르다. 방종에 가까운 자유를 좋아라하는 자유주의 자본주의 특 미국과 달리 

캐나다는 규칙, 질서, 예의, 안정을 중시하는 복지국가다. 참하기도 하지-     



    

 좁은 지역에 사람도 차도 너무 많고, 빨리빨리 여야 살아남고 느리면 욕먹는 곳 한국. 타인은 경쟁자라고 배우고, 타인은 지옥이라는 말에 공감하는 나라. 분노 범죄는 나날이 는다. 마트 계산대에서는 뒷사람들이 바짝 붙어서서 예의 없이 밀어제치고, 누가 실수 좀 하면서 꾸물대면 당연한 듯 화를 표출하고 성질부리는 사람들이 많은 곳. 화가 많은 사회.     

 

 한국은 양보의 미덕을 보이며 여유 부림을 할 겨를이 없는 곳이다.      

 

 이런 한국에서 사십 년을 살다 오니 영판 다른 캐나다의 양보하는 운전 문화가 신기하고 예쁘고 힐링일 수밖에!          


 운전만 이렇겠는가. 개인 공간을 존중하는 서구적 가치관에서는 길거리에서 두세 발짝 정도 가까이만 마주쳐도 웃으며 ‘쏘리’, ‘익스큐즈 미’를 날린다. 어깨 부딪히고도 그냥 가능 한국과는 생판 다른 모습이다. 마트 계산대에서 뒷사람이 밀어대는 일도 없다.     

 

 ‘땡큐’, ‘아이 어프리쉐잇 댓’, 이 소리도 정말 자주들 한다. 연인 간에도, 부모 자식 간에도, 친구 간에도, 직장에서도 작은 일에서부터 감사 인사를 하는 게 몸에 배어 있다.     

 



 물론 캐나다에도 똥매너 운전자는 있고, 다양한 나라에서 갓 이민와서 아직 자기 나라 분위기에 물든 사람도 있다. 한국에도 꿀매너 운전자, 양보 넘치는 시민이 있는 것처럼. 또한 내가 사는 지역이 캐나다 내에서도 특히 친절한 관광지인 동부 아틀란틱 지역이라서 더 여유로운 면도 있다. 토론토 시내처럼 이민자도 많이 몰리는 대도심에서는 친절도가 덜하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마다 느껴지는 평균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한국과 캐나다의 양보 문화, 여유로움에서 나오는 매너, 이 평균은 정말, 많이, 다르다.     



 

 조심하고 배려하고 양보하는 캐나다의 운전 문화를 겪으면서 내 운전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다른 차나 행인들에게 양보하는 순간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그들의 인사를 받고 나도 손 흔들어 답하면서 입꼬리가 저절로 씰룩거린다.      

 

‘세상에나, 양보가 이렇게 신나는 것이었다니!’     

 

 사람이 사람에게 친절하고 따스한 모습을 보인다는 거, 꼭 대단히 깊은 인간관계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었다. 지나가다 마주치는 모르는 사람 간에도, 이런 찰나의 순간으로도 가능한 일이더라.


힐링이 별 건가, 마음이 사르륵 녹는 순간들이다.     







캐나다홍작가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ongwriter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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