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나다홍작가 Sep 21. 2023

노인이 행복한 나라에 산다는 것



 휘황찬란 새끈한 고층빌딩들, 철마다 돈 들여 바꾸는 도심 꽃밭 사이로 구부정한 허리의 노인들이 땅만 보며 폐지를 줍고 있다.     

 

서울의 이 모순적 풍경은 극심한 빈부 차와 노인 복지가 부족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인이 살기 좋은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한국은 조사 기준에 따라 국가들 랭킹 중위부터 중상위권까지 결과가 들쭉날쭉하다. 다만 명확한 것은 안타깝게도 OECD 국가들 중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 그것도 OECD 평균을 훌쩍 넘는 1위라는 점이다.      


 한국에서 노인들의 지위와 행복도는 발전한 국가 수준에 비하자면 턱없이 낮다.     



   

 캐나다에서 본 노인들의 모습은 한국 노인들과 많이 달랐다.


여기서 살며 느낀 흐뭇한 정서 중 하나가 바로 행복해 보이는 노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캐나다에서는 나이 들어도 주눅들 일 없이 사회문화적 주체로 살아가는 노인이 대부분이다.      

 

 은퇴 나이가 없어서 원하는 일을 계속하는 노인들도 꽤 많다. PEI 주도시 샬럿타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영어 학원에서는 타자를 한 50타 정도 치시는 듯한 여성 노인이 상담을 받고 학원을 안내해줬다. 이민자들을 위한 무료영어 수업의 강사도 70대의 여성 노인이었다. 집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동네 변호사도 70대 남자였다.      


 ‘타자 느리고 눈도 어두우면서 무슨 민폐냐’는 식의 몰상식한 비난은 상상할 수 없다. 서두르고 비난하는 한국식 일 문화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꽤 생경한 풍경일 것이다.      

 



 은퇴 후 여유롭게 쉬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며 즐기는 노년도 많이 보인다. 젊을 때부터 워라벨 인생들을 살 수 있었기에 즐기는 취미 몇 개씩은 있는데다가 경제력도 있으니 이러기가 쉽다.      


 여름이면 뚜껑 없는 차를 타고 멋지게 드라이브하는 노인들을 많이 보게 된다. 최민수 오토바이를 타고 시골길을 질주하는 이들도 대개 노인들이다.     

 


 캐나다 노인들이 경제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는 이유는

한국보다 잘 갖춰진 연금제도 덕이 크다.  캐나다는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주는 보조적 연금도 한국보다 다양하고 많으며 일반 연금제도 역시 한국보다는 잘 운영되고 있다.      


 무엇보다 매년 비과세로 개인 퇴직 연금(RRSP)을 들게 권하는 정책이 노후에 큰 도움이 된다. 연 수입의 18%나 약 2,800만 원(2023년 기준 $30,780) 중 적은 액수까지 매년 부을 수 있다. 이 돈을 그냥 RRSP 통장에만 두지 않고 주식이나 채권 등에 다채롭게 투자할 수도 있다.     


 중년에 한국처럼 자녀 교육비로 매달 수백만 원씩 쓰는 일이 없으니 정부 권장대로 이 퇴직 연금을 꼬박꼬박 냈던 이들이 많다. 돈을 찾아 쓸 때는 미뤄뒀던 소득세를 내게 되지만 그걸 떼고도 노후 생활비에는 큰 도움이 된다.   

  



 노인이 행복하게 사는 게 돈만 있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노인들을 대하는 사회문화적 시선도 중요하다. 생산력이 다했으니 무가치한 퇴물처럼 무시받는다거나 세대 간의 혐오 갈등이 빈번한 한국의 차가운 현실에서는 노인이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반면 캐나다에서는 노인, 어린이, 여성, 장애인, 반려동물 등 한국에서 소외되거나 덜 존중받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더 행복하게 살아간다. 이들의 얼굴이 한국보다 밝은 이유다.      

 

 이래서 이민을 오는 이들도 꽤 많다. 아이의 인간다운 학창 시절을 위해,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더 평온한 노후를 위해 등등.      

 



 댄스 학원 첫날부터 만나 지금껏 친하게 지내는 친구 B는 한쪽 팔과 다리에 장애가 있다. 그가 댄스 학원에 매주 나와 여러 사람들과 파트너 댄스를 추는 것은 전혀 이상하거나 눈치 보이는 일이 아니다. B는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도 하고 엔지니어 일을 하며 농담도 잘하는 분위기 메이커다. 소셜 댄스를 추는 날 DJ를 종종 맞는 또 다른 친구 C는 70대이다. 멋들어진 선곡과 매너있는 춤솜씨에 다들 그를 좋아한다. 그를 포함해 다양한 나이대의 아마추어 춤꾼들이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자주 놀러 다닌다.      

 

 캐나다는 이런 어울림이 한국보다 자연스러운 곳이다.     



  

 행복한 노인들이 많은 세상에서는 우리도 좀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행복한 노인들이 많은 세상은 행복한 장애인들. 행복한 아이들, 행복한 여성들 등등 행복한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일 것이다. 존중과 배려, 복지와 안정성에 가치를 두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에서는 중년의 나, 청년인 당신도 더 안심하며 나이 들어갈 수 있다.

     

 캐나다보다 노인 복지가 더 잘 되어있고 노인 행복도가 더 높은 북유럽 선진국들도 많다.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등등. (앞서 말했듯 이민이 어려워서 문제지만)


한국의 노인들과는 크게 다른 삶을 살아가는 노인들은 이렇게 분명 존재한다. 우리도 이들 중 하나가 될 기회는 열려 있다.










캐나다홍작가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ongwriter2019/


이전 13화 왜 이렇게들 나를 돕겠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