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밀 Mar 15. 2021

마음은 가장 연약할 때 성장한다. 마치 갑각류처럼.

“나는 대왕 가재가 될 거야.”



*이 글은 말레이시아에 가기 전에 써 두고 보관만 했던 글을 다듬어 발행한 것입니다.(과거 시점의 글)



브런치를 쓰지 않은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백수를 탈출하여 10개월 간 교육부 산하의 국책 연구기관에서 인턴을 했고, 지금은 ODA 사업으로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게 돼서 파견 대기 중이다.

(앞으로 브런치에 관련 글을 연재할 예정)


올해 29살, 그전까지의 내 20대를 돌이켜 보면, 내 20대는 ‘실패의 누적’이었다. 대학 때는 학점을 말아 먹었고, 대학원 졸업 후에는 임용고시에 실패했고, 그 이후로 학원 강사 일을 하다 때려쳤고(임용 준비를 병행하느라 그랬지만 어쨌든 둘 다 실패했으니), 인턴을 하며 취업을 준비했지만 서류 탈락, 면접 탈락 등을 반복하면서 그것마저 나가리가 됐다.


그리고 지금은 말레이시아에 가게 되긴 했지만 어떻게 살겠다는 뚜렷한 목표점이 보이지 않아 막막한 상태이다.

목표가 이렇게 뚜렷해도, 열쇠를 이미 쥐고 있어도 막막하긴 마찬가지일까?


다만,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임용고시를 준비했던 것도, 다문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 봉사를 했던 것도,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것도, 교육 연구기관에서 인턴을 했던 것도 모두 ‘교육’이라는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결국 나는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은 있었다.

(목표점은 없지만 방향성은 있는 상태라고 해 두자.)


그렇다 해도 너무 되는 대로 사는 게 아닌가, 나도 남들처럼 하루 빨리 안정된 직장에 소속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자꾸 조바심이 스물스물 올라 온다.


이 조바심이 나를 삼켜 사실 한동안 매일 울었다.

남들 앞에선 밝게, 긍정적으로 말했지만, 사실 마음은 불안하고 힘들었다.


당장 해외에 나가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건 너무 좋은 일이었지만, 다시 한국으로 다시 귀국했을 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정하지 못해 막막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우울했던 나를 보는 듯한 사진


이러한 내 마음을 알아차린 듯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이 한 영상을 추천해 줬다.(알고리즘 이젠 무서울 지경이다.)


생물학을 전공하신 뇌과학자분께서 갑각류가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하시는 영상이었다.


영상에서 중요한 부분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출처: tvn 유튜브​)


가장 약해져 있는 바로 그 순간에 성장하는 가재, 인간과 닮았다.


갑각류가 성장하는 때는 오직 ‘가장 약해져 있는 바로 그 순간’
인간의 몸은 척추동물이지만, 인간의 마음은 갑각류가 아닐까


이 말을 듣고 응어리졌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래 난 성장 중이라 힘든 거구나.’

난 실패를 누적한 게 아니라 발전을 거듭한 거구나.’


그래, 내가 어떤 인간인가.


1년 동안 전력을 다해 준비한 임용고시에 떨어지고, 방황하긴 했어도 이를 계기로 학원 강사 일과 임용고시를 병행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그 이후로 또 임용고시에 실패했어도 그대로 주저앉기보다 또다른 진로 모색을 위해 교육 공공기관에서 인턴을 했다. 그리고 퇴근 후엔 독서실에 가서 취업 준비를 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실패해도 또다른 길이 있다는 걸 배웠고,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얻었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내 자신을 신뢰하게 되었다.


또한 말레이시아에 가서도 단순히 수업만 하는 게 아니라 퇴근 후 자기계발을 어떻게 할 것인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계획하고 있다.


지금 쓰고 있는 브런치도 그 중 하나고,

취업 준비를 핑계로 방치했던 유튜브도 이번 기회로 되살려 볼 계획이고,

말레이시아어도 공부할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을 세우는 원동력은 ‘내 마음이 가장 약한 상태’인 ‘불안’이다.


물론 이렇게 계획을 세워도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고,

불안은 때때로 나를 잠식시키겠지만


그래도 노력을 거듭하며 하루 하루를 충실하게 살다 보면, 결국엔 한 뼘 더 성장한 내 자신을 마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 나는 단단하고 강한
대왕 가재가 되는 중이!




저의 다른 글들이 궁금하신가요?

+말레이시아 교단 일기​ 보러 가기 (클릭)

+’불안’에 관한 자작시 보러 가기 (클릭)


















매거진의 이전글 도서관에서 자라는 나의 20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