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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동이맘 Aug 29. 2024

세상에 태어나서 잘한 일

생각해 보자 '나'란 사람에 대해서

 어렸을 적에 피터팬콤플렉스처럼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였다.

 어른이 되기 전에 버랜드 갔으면 좋겠고 그곳에서 오지 않았으면 하고 소원을 빌었던 적도 있었다. 고3 때 막막해서 현실도피처럼 도망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를 오로지 '만화'가 좋아서 처음 생긴 '만화영상과'에 입학을 했었다. 오로지 내 의지였고 모두의 반대에도 꿋꿋이 나 좋다고 간 곳이었다. 2년간은 정말 열심히 생활하고 '만화'에 미쳐 살았다. 잘 그리지도 못하는 그림을 그리고 여러 가지 동아리활동에 학생회활동을 하며 누구보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었다. 하지만 그것뿐!! 막상 고3이 되니 막막해졌다.

 학교에서는 어느 길을 제시해 주거나 상담을 해주지 못했다. 내 고집으로 입학한 고등학교이지만 그다음 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내 실수였다. 부랴부랴 공모전을 준비하고 당장 내년에 어떻게 살지 고민하고 걱정하고 불안했다. 그러다 스트레스를 너무 갑자기 많이 받아서 그런가 쓰러지기도 했었다.

 

 삶에 대해 무기력해지고 오래 살고 싶지 않아 졌다. 웬만하면 성인이 되고 싶지 않고 한 순간에 그냥 내 삶이 종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내 바람과 다르게 시간은 착실히 흘러갔고 당장 내년에 무엇을 해야 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한 결과, 내가 잘하는 일을 해보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 해서 '문예창작과'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을 굳혔다. 스토리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림을 너무 못 그리고 소질이 없다는 것을 지난 2년간 뼈저리게 알았으니 '글'을 쓰자로 노선을 변경한 것이다. 그러자 그동안의 고민과 방황이 어이없게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가야 할 방향이 정해지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갔다.

 운이 좋게도 한 번에 내가 원했던 대학에 붙을 수 있었다.

 부모님은 절대 지방은 안된다고 하셨는데, 여자 혼자 지방에 보낼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다행히도 서울에 있는 2년제 대학에 붙었고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대학에 입학해 대학생활을 할 수가 있었다.


 연애도 하고 돈도 벌고 회사도 다녀보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이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구나!


 가부장적이고 엄한 부모님 밑에서 크다 보니 여행과 외박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서른 즈음되니까 드디어 부모님도 내게 손을 놓으셨다.


 "나는 언제 여행 다녀봐?"

 "결혼하고 가~"

 "그럼 이혼당하겠지! 누가 결혼한 유부녀가 놀러 다니는 것을 이해하겠어? 난 평생 못 놀러 다니는 거야?"


 그때부터 그동안 억눌렀던 부모님의 억압에 반항하듯 열심히 놀러 다녔다. 일본에 아는 동생이 유학을 하고 있었는데 처음 그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에 휴가철인 성수기는 움직이지 못하니 비성수기를 노려 겨울에는 스키를 타러 다니고 여름에는 물놀이에 해외여행을 하러 다녔고 그동안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 못했던 라식수술과 쌍꺼풀수술도 받았다.

 그렇게 결혼 전까지 일본, 대만, 사이판, 괌, 제주도 등 갖가지 취미를 즐겼다.

 

 이때의 경험은 나를 정말 다르게 바꿔놓았다.


 엄하신 부모님은 나에게 하지 말라는 것이 많으셨다. 여자이기에 여자이므로 여자이니까~ 라면서 짧은 치마나 진한 화장, 그리고 돈을 아껴 써야 한다며 명품이나 사치품을 절대로 사지 말라며 억압하셨는데, 10만 원짜리 가방과 옷을 사는 날이면 그렇게 눈치를 봐야 했다.


 하지만 놀러 다니면서 돈을 쓰고 짧은 옷을 입어도 부모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도리어 부모님이 나를 믿고 내가 무엇을 하든 크게 걱정을 하지 않으시니 놀러 다니는 것을 그만두었다.

딱 3년

 

그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엄마도 여행모임을 가지시면서 놀러 다니시고 수영을 즐기시며 운동과 등산을 즐기셨다. 서로가 간섭하지 않고 응원하며 취미를 존중해 주니 부모님과 사이가 좋아졌다.


 엄마와 데이트를 하지 않았는데 그 이후로 자주 엄마와 데이트를 즐겼다.

 엄마와 아빠도 놀러 다니시라며 영화티켓이나 가까운 국내여행 티켓을 끊어드리기도 했다.


 나를 억압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던 껍질을 깨고 나오니 다른 세상이 펼쳐졌고 더 좋은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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