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나서 잘한 일 - 엄마?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
막연히 30대 초반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워킹맘으로 살아가겠지?
누가 주입식으로 가르친 것도 아닌데 저절로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으레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을 하고 직장생활 3년~5년 정도 한 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 하나 낳으면 외로워서 안되니 둘은 있어야 하고... 그걸로 끝!
누가 정해주지도 알려주지도 않은 길이건만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그 길을 꼭 따라가야 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었다.
우리 집안사람 아무도 나에게 '결혼'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도리어 천천히 하면 좋고~ 아니면 안 해도 된다! 그것은 오로지 '나'에게만 해당되던 사항였는데, 진짜 누구도 친척들조차도 '결혼'을 말하지 않았다. 나에게만,
친정오빠는 선도 보고 결혼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고 30대 초반에 연상과 가정을 꾸렸다.
한 살 차이인 친정오빠가 결혼을 했음에도 어여쁜 조카가 태어났어도 '결혼'을 나에게 말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느닷없이 나 혼자 결혼이란 것을 해버렸다.
'결혼'이란 걸 하고 보니 아이도 낳아야 하나! 싶었다. 아직 '결혼생활'이 뭔지도 모르던 철없던 나는 마음의 준비 없이 '엄마'가 되었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내 이름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누군가의 '엄마'로만 존재했다.
한윤미(남지현)가 묻습니다.
"자기들이 낳은 아이들을 안 키우겠다고 하는지 진짜 이해가 안 가요."
차은경(장나라)이 대답합니다.
"애 키우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지?
나 자신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부모로서만 살게 되는 거야. 내 시간은 아예 없지.
모든 부모들은 자기 자신이 삭제되는 경험을 해."
굿파트너 6회 '부모의 자격' 中
그것이 그때는 답답하고 아득하고 힘들기만 하고 벗어나고 싶은 곳이었다면,
지금은 한결 덤덤하고 내 이름 안에 여러 가지로 불리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 더 뿌듯하고 마음에 든다.
누군가의 아내로 내 아이의 엄마로 살아보니
나의 엄마가 생각나고
아이 손을 잡고 걷다 보니
다른 아이의 걸음을 따라 바라보게 되고
가정을 꾸리고 살다 보니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가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에 태어나서 그냥 주어진 대로 살다 보니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지독히도 쓸쓸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나를 '엄마'로 만들어 준 우리 아들이 고맙고 사랑스럽고 한없이 소중하다.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은 결혼을 해서 우리 아들을 낳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