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복동이맘 Aug 22. 2024

어리석은 선택인가!

'육아'라는 고독한 섬에서의 생활

 친정엄마가 자주 하던 말이 있다. 가까운 곳에 살았으면 자주 찾아가고 만나고 도움도 주고 그랬을 텐데... 그럼 너도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 말이 정말 진정으로 맞는 말일까? 가까이 살았으면 친정엄마가 자주 찾아와서 육아를 도와줬을까?


 모르는 일이다.


 오빠네가 임신을 했을 때 엄마의 첫마디는,


 "난 아이 못 봐준다."


 아이 봐줄 수 없다고 선수 친 것인데 그런 말이 무색하게 올케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신청해서 1년 3개월 동안 아이를 돌봤다. 물론 아이 낳고 6개월가량 친정에서 몸조리를 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엄마는 첫 손주이기도 해서 엄청 예뻐하시고 끔찍하게 생각하셨지만 친정에 가 있는 올케에게 오라 가라 할 수 없고 낯을 가릴 때라 할머니만 보면 울어재끼는 손녀를 안지도 못하셨다.

 집으로 돌아온 올케는 홀로 아이를 돌볼 수 없으니 외할머니와 같이 동거를 했는데 안사돈이 있는 아들집에 어디 편하게 왔다 갔다 할 수가 있겠는가! 엄마는 첫 손녀이지만 핸드폰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다.

 그때 후회를 참 많이 하셨다.

 하지만 엄마는 바쁜 사람이다. 혼자 가게를 꾸려나가야 하는 1인 사장님이라 일이 많았다. 저녁에는 헬스와 요가로 운동을 하러 가고 주말엔 수영과 등산 같은 여가생활을 즐기셨다.


 아이를 낳고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엄마의 삶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나의 이 선택 또한 엄마에게는 '후회'로 남으셨다. 외손주와 친손녀. 결론적으로 두 아이를 자주 못 보게 되셨으니까.


 우리 아들은 분유를 먹으면 그렇게 토를 자주 했는데 아무래도 나를 닮아 소화를 잘 못 시키는가 싶었다. 그래서 분유를 먹인 다음 트림시키고 눕히기보다는 안고 있었다. 그랬더니 토를 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토를 하지 않으니 분유 양도 조금씩이지만 늘기 시작했고 양껏 먹으니 잠도 잘 자기 시작했다.

 문제는 계속 안고 있어야 되는 건데... 바운서에 눕힐 수도 아기체육관에 눕히지도 못했다. 한동안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내내 안고 있었다. 그래야 토를 하지 않고 잠을 푹 잤으니까!

 잠을 잘 때도 그냥 배 위에 올려놓고 같이 잠을 청했다. 그래야 자다가도 토를 하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어서 자는 순간에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자칫 토를 하다 기도가 막히는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었기에 우리 아들이 신생아 적에는 잠에 집착했었다.


  돌이 되기 전까지 그렇게 안고 다녔는데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이후에는 안아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꼭 자기가 걷는다고 내려달라고 기를 쓰고 걸어 다녔다.

 안고만 있을 땐 언제 내 품을 벗어나나 했는데 막상 걸음마를 시작하자마자 내 품에서 떠나는데 아쉽고 섭섭하고 시원하고 해방이어서 훨훨 날아갈 것만 같았다. 만세~~


 선택이든 아니든 나는 홀로 이곳에 왔고 홀로 아이를 키우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며 신랑과 다투기도 많이 다투었고 사네 마네 헛소리도 뱉어내며 아웅다웅 살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때의 감정이 휘몰아쳐서 눈물이 난다.

 맥주 한 모금 홀짝거리며 가슴을 쓸어내려본다.


 원망하고 싶고 도망치고 싶고 벗어던지고 싶었던 수많은 감정들이 다시 올라와 가슴이 먹먹해지지만

곤히 자고 있는 우리 아들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끼고 있다.


이제 지난날이고 그때의 '나'를 용서해 주고 싶다. 그 무엇도 그 무슨 선택도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이전 15화 육아가 체질이 아니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