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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동이맘 Aug 15. 2024

육아가 체질이 아니에요

알고 싶어요~ 아이와 노는 법을

 세상사 내 마음대로 굴러가겠냐만은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주부로 살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30년 동안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향 (I)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조용하지만 외향적인 성격 (E)으로 밝혀진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본 것처럼 의외로 주부가 적성에 맞았다.

 전통찻집에서 6년 디저트회사에서 4년 도합 10년을 빵 만들고 차 끓이고 커피 내리고 디저트를 만들어서 그런가! 나름 요리도 잘했고 정리정돈과 선입선출을 기가 막히게 지키며 가정살림을 마스터하고 있었다. 또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이라 물건을 쌓아두는 걸 싫어했으며 필요한 것이 아니면 물건 구매하는 일도 드물었다. 무엇보다 옷 정리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2년 이상 입지 않거나 낡은 것들 손이 가지 않은 것들을 쌓아두기보단 정리하고 계절마다 옷을 꺼내 안 입는 옷과 잘 입는 옷을 적절히 섞어서 매치도 해두었다. 그러면 자연히 옷이 없다는 핑계로 새로운 옷을 구매하기보단 안 입고 손이 안 가던 옷에 한 번이라도 입어봐야겠다는 생각과 다이어트 욕구가 샘솟는다.

 

 하지만, 복병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육아'는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진짜 육아가 체질이 아니다.


 아이 돌보는 것이... 이렇게까지 안 맞을 줄 몰랐다.


 아이를 낳고 당연히 맞벌이를 할 줄 알았고 어린이집에 맡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어디까지나 나 혼자만의 생각였고 할 수도 없었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지!"


 이 말 한마디가 '엄마'로만 살게 했고 일을 나갈 수 없게 만들었으며 나를 옥죄는 감옥이 되었다.


 사실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말도 못 하고 그저 누워만 있는 조그마한 여리디 여린 존재를 도저히 남의 손에 맡길 수가 없었다. 또 '영흥도'에서 할 수 있는 일도 당시에는 없었다. '바리스타'로 취업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주말근무에 오전근무가 아닌 오후근무를 해야 되는데 신랑과 스케줄이 맞지 않았고 따로 아이를 부탁할 수 있는 주변분도 없었다. 신랑은 주말 하루는 일을 하러 나가야 됐는데 나까지 없으면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었다. 이런저런 상황으로 '일'은 할 수 없고 아이를 돌봐야만 했다.


 그러면서도 시간은 잘도 흘러갔고 어느새 우리 아들은 '돌'을 맞이했고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다. 옹알이도 부쩍 늘어났는데 그때부터 엄마인 '나'는 더 정신이 없어졌다. 내 시간은 현저히 줄어들었고 잠시라도 아이에게서 눈을 떼면 '일'이 터졌다.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다니는 아이를 돌보는 그때가 '육아'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렇게 그 시기에 나는 말수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져 갔다.

 그러면서 신랑 하고도 자주 싸우고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피폐해지던 나날이 계속 이어졌다. 서로 지치고 힘들고 외로웠던 끝이 보이지 않은 터널 속으로 터벅터벅 들어갔다.


 신랑도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시기에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들이 옹알이를 하며 방긋이 웃으며 다가와도 답해주지 않고 웃어주지도 않았다. 내 얼굴은 무표정... 그저 기저귀를 갈아주고 이유식을 먹이고 씻기며 잠시 산책을 나갔다 오는 정도로 그저 하루하루를 버틸 뿐이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


 하지만 하루 종일 보고 있자니 눈이 아팠다. 아이를 돌보는 그 시간이 어렵고 힘들고 짜증이 나고 견딜 수가 없었다. 내 인생이 한없이 초라해 보이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 것 같아 우울했다.

 날 이렇게 만든 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인 것만 같아 속이 쓰리고 눈물이 났다.


 우리 아들의 얼굴에도 그늘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땐 몰랐었다. 곧잘 하던 옹알이가 줄어들고 맑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고 혼자 앉아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을...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 아들이 4살이 되었을 때 나는 뼈저리게 후회했다. 그 시기를 좀 더 슬기롭게 지냈더라면 우리 가족이 덜 힘들지 않았을까?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후벼 파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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