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 아들도 천재?
비교하지도 비교당하지도 말자!
곧잘 옹알이를 하던 우리 아들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더 말이 없어졌다.
등원하는 날이면 아침마다 전쟁이었으며, 보내려는 자와 안 가려는 자의 밀당은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하지만 집을 나서는 순간, 발걸음은 가볍고 밝은 얼굴로 연신 말간 웃음을 지으며 어린이집으로 뛰어간 우리 아들이었지만 쉬이 들어가진 않았다. 우리 집에서 어린이집은 겨우 5분 거리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었다. 집 창문에서 보면 바로 보이는 맞은편에 위치해 있었고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 울음소리 갖가지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가까웠다. 그 거리를 나는 우리 아들을 데리고 한 시간을 걸어갔더랬다.
집을 나와 등원길에 있는 밭에는 무엇을 심었는지 궁금했고 들꽃이 피면 꽃내음 맡으려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 꽃을 구경했으며 발밑에 사마귀나 개미, 혹은 지렁이가 보이는 날은 같이 앉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겨우 어린이집 정문에 도착하면 놀이터에 들어가 자동차를 타고 한 바퀴 돌고 들어가야 했는데 힘들긴 했어도 아들과 함께하는 등원길이 재미있었다.
손을 꼭 잡고 구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고 매실나무에 하얀 꽃이 피고 지면 초록잎이 가득 나무에 피었다. 그러다 그 사이에 열매를 맺는데 신기하고 놀라웠다.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을 쓰고 빗소리를 들으며 길을 걷노라면 평온하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아들에게는 일부러 투명우산을 씌웠는데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듣고 느끼기 원했고 아직 아이다 보니 우산에 가려 앞을 잘 보지 못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넘어질 것을 우려해 투명으로 샀다.
그 우산을 쓰고 비 오는 거리를 걷는걸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런데, 아들은 말이 없었다.
넘어져도 도움이 필요해도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넘어지면 혼자 일어났고 목이 마르면 알아서 물을 떠다 마시던가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꺼내 마셨다.
(아이가 쉽게 물을 마실 수 있도록 꺼내놓고 냉장고 아래칸에 간식과 우유를 넣어놨었다.)
생각해 보면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아이 눈높이에 맞춰 물건들을 두었고 어지간한 것은 혼자 하게끔 만들어 두었더니, 혼자 간식 먹고 밥 먹고 옷도 혼자 입으려 낑낑대고, 그 모습을 보며
"천재인가!"
했더랬다.
그 모습이 어린이집에서도 동일했나 보다.
담임선생님이 외동이라서 그런가 사회성이 부족한 것 같다며 조금 걱정이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로 당황스럽고 난감했다.
친구들과는 잘 놀고 어울리는데 선생님과 소통이 어렵다고, 도움을 요청하지도 응아 하면 어떤 제스처를 취해야 하는데 하질 않는다며...
지금 와서 말하지만, 이건 내 잘못이 크다.
아들이 말을 해서 도움을 요청해야 되는 상황을 일절 만들지 않았던 육아환경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에 나는 여유가 없었다.
등원 한 시간, 하원 한 시간, 도합 두 시간에 등원준비에 하원하고 나서 씻기고 밥 먹이고 나면 신랑 퇴근시간이라 바빴다. 신랑이 오면 아이 데리고 마트에 가서 장을 보기도 하고 답답한 속을 달래려 드라이브를 그렇게 다녔다.
그러다 보니 정작 아이에게는 신경을 못 썼다.
특히 '말'에 대해서
시어머니는 말씀하셨는데 집안 내력이라고
늬 아버지도 말이 늦었고 아비도 말이 많이 늦었다고 걱정하지 말라하셨다.
난 혼자 내 도움 없이 척척 해내고 어린이집도 나름 잘 다녀서 '천재'였는 줄 알았는데
독립성과 자립성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강한 녀석이라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겠구나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혹시 내가 반대로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1년 정도 지나자 말이 틔기 시작한 또래 아이들을 보며 걱정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