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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모션 Nov 22. 2021

거짓말

지호와 나의 포에지(poésie)

지호. 11




엄마 내일 어디 가요?

아무 데도 안 가요

엄마 내일 뭐해요?

아무것도 안 해요

병원에서 잘했어요

병원은 무서워요

아리 보는 거 좋아요

아빠 내일 어디 가요?




나. 11




내일 아무 데도 안가

(내일 병원에 가)

내일 아무것도 안 해

(내일 수술을 해야 해)

병원에서 잘했지

(떨면서 내손을 꼭 잡았지)

엄마 있는데 뭐가 무서워

(엄마도 무서웠어)

아리랑 한결이 만났지

(대기실에 틀어진 만화가 어찌나 고맙던지)

아빠랑 있어

(너는 혼자가 아니야)


세 번째 수술을 앞두고

이제는 수술 전 검사만으로도

눈치를 챘는지

계속 묻는 너에게

오늘 종일 거짓말을 했어


남들에게는

더 아픈 사람도 많아

이런 간단한 수술은 감사한 거라 했지만

몇 번씩 너를 수술실에 홀로 재워두고 나오는 것이

나는.. 아빠는..

너무도 서럽단다


너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해하지 못할 외로움과 아픔 속에서

너는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걸까


수술 대 위에서 큰 하품을 하며 잠에 들던

너를

또 보아야 하는 것이 두렵지만

그럼에도 우리

용기를 내보자

오늘 밤 단잠에 빠져

눈밭을 뒹구는 기분 좋은 꿈을 꾸고

더 건강해질 기대감으로 발걸음을 내디뎌 보자

함께 그렇게 해보자

마음처럼 안되더라도

씩씩해보자

엄마가 아빠가 용기 내볼게



지호는 소토스 증후군 진단을 받은 발달장애인입니다. 지호의 말에 저의 말을 더해 함께 씁니다.

https://brunch.co.kr/@tjfgml161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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