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우모션 Nov 20. 2021

토요일

지호와 나의 포에지(poésie)

지호. 10




집에서 놀아요

기분이 좋아요

꽃을 사랑하는 모리스 책을 보는 게 좋아요


나비가 훨훨 날아서

집으로 돌아가요

나비는 놀아서

집에 가서 공부해요


지호는 낮잠을 자요

오늘은

토요일이에요




나. 10




뿌옇게 흐려진 주말인

너는 여전히 기분이 좋구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따위 아랑곳없이

너의 세계는 맑고도 푸르러


모리스의 꽃밭에서

나비와 신나게 놀았구나

모두가 꺼려하는 모리스가

너는 무섭지 않았니


문밖으로 발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희뿌연 먼지를 본 것만으로도

답답하고 괜스레 우울했던

나는

보고도 못 봄만 못하구나


남다름에 홀로인 모리스 곁의

나비 한 마리가

꽃향기에 취해서야 찾아온

여러 이들보다

귀한 것을 너는 이미 알고 있구나


오늘은 토요일

화려하고 눈부신 날들을 벗어나

그저 좋은 책 한 권과 있어도 좋은 날

좋은 날이다



지호는 소토스 증후군 진단을 받은 발달장애인입니다. 지호의 말에 저의 말을 더해 함께 씁니다.

https://brunch.co.kr/@tjfgml1614/98







이전 10화 은행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