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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모션 Nov 26. 2021

학교

지호와 나의 포에지(poésie)

지호. 12




학교에 가요

친구들이랑 선생님이 있어요

재미있어요 중간놀이가

어려워요 수업이

맛있어요 하얀 밥이랑 초록 국물이

지호야 잘했어~ 했어요

엄마! 내일 학교 가요?





나. 12



오랜만에 교복을 입은 너는

조금 긴장한 듯 보였어

집에 언제 오는지 몇 번을 물으며

무거운 걸음으로 복도를 걷더구나


얕은 숨을 몰아쉬며 복도 끝을 돌자마자

바닥에 앉아있던 너의 벗들이 모두 달려왔지

너보다 두 뼘은 작은 아이들이

너를 둘러싸고

너의 눈을 살피고

너의 손을 잡고

너를 안으며

환호성을 지르더구나

움츠러들었던 너의 어깨가 펴지고

고운 얼굴에 미소가 살며시 피었어


아마도 너는

빨간 눈을 무서워할까 걱정이 생겼겠지

아마도 너는

그사이 잊혔을까  두려움이 자랐겠지

아마도 너는

누구에게도 의미 없는 존재일까 슬픔이 서렸겠지


지호야 너는

투명하고 어여쁜 존재란다

지호야 너는

가슴 깊이 새겨지는 존재란다

지호야 너는

누구보다 충만한 존재란다


그러니

수업이 어려워도 중간놀이는 재밌고 밥이 맛있는

너의 학교에서

길벗 되는 이들과 화양연화를 즐겨보렴

삶이 꽃이 되고 

네가 꽃이 되고

네가 삶이 될 테니



지호는 소토스 증후군 진단을 받은 발달장애인입니다. 지호의 말에 저의 말을 더해 함께 씁니다.

https://brunch.co.kr/@tjfgml161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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