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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모션 Dec 02. 2021

영화관

지호와 나의 포에지(poésie)

지호. 14




완벽했다

좋았다

멋졌다

아름답다

행복했다

무서웠다

재미있었다

떨렸다

어려웠다

나갔다

최고였어요

정말 좋았어요

고마웠어요

미안했어요

사랑했어요

안아줬어요










나. 14




저 많은 감정을 

담았는 줄 엄마는 몰랐네

100분이라는 시간 동안 

깜깜한 영화관에서 

나는 그저 

팝콘을 먹지 못해 

네가 심술이 난 줄만 알았어


영화가 조금 어려울까

너무 어두워서 무서울까

소리가 커서 놀랠까

춥거나 더워서 힘들까

걱정을 한가득 안고도

영화 한 편 정도는 함께 즐기고 싶었던

나의 욕심이었다 여겼거든


너는 물론 

무섭기도 어렵기도 했지만

멋졌고 행복했고

주인공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그를 사랑하기도 했구나


깜깜한 극장 속에 갇힌 건

네가 아니라 엄마였나 보다

너는 객석을 벗어나

스크린 속의 등장인물이 된 듯

몰입하고 느끼고 즐기며

완벽한 시간을 보냈던 거야


앞서지 않고

한 발짝 뒤에서 

너를 바라보는 방법을

아직도 나는 더 배워야겠어

또 우리

영화관에 가자

그땐 엄마도 완벽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래주렴



지호는 소토스 증후군 진단을 받은 발달장애인입니다. 지호의 말에 저의 말을 더해 함께 씁니다.

https://brunch.co.kr/@tjfgml161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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