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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모션 Dec 08. 2021

모닥불

지호와 나의 포에지(poésie)

지호. 15


     



아빠가 나를 의자에 앉아

모닥불을 만들어요

나무 당나귀가 타요

탁탁 탁탁

갈색 불이에요

불꽃이 날아다녀요

모닥불을 보니 까만 생각이 나요

모닥불이 타요

탁탁 탁탁         

 




나. 15


     



산책을 끝낸 아빠가

너를 의자에 앉히고

모닥불을 피워주는구나

요즘 아빠는 불을 피우고

혼자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지

머릿속의 생각들을

너에 대한 염려를 불 속으로 집어넣듯

매서운 날에도

한참을 앉아있는 걸

엄마도 한참 지켜보았지     

그 시간을

너와 나누고 싶었나 보다

혹시 너의 머릿속에도

걱정이 있다면

모닥불을 보며 잊기를

가르쳐주고 싶었나 봐     

나무장작을 나무 당나귀라며

탁탁 소리가 난다는

투명한 네게도 걱정거리가 있었을까

불꽃을 들여다보다 까만 생각이 난다는 네가

잠시나마

멍하니 있는 즐거움을 배웠기를

아빠와 너의 모닥불 데이트가

더없이 따스한 밤이다



지호는 소토스 증후군 진단을 받은 발달장애인입니다. 지호의 말에 저의 말을 더해 함께 씁니다.

https://brunch.co.kr/@tjfgml161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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