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와 나의 포에지(poésie)
지호. 14
완벽했다
좋았다
멋졌다
아름답다
행복했다
무서웠다
재미있었다
떨렸다
어려웠다
나갔다
최고였어요
정말 좋았어요
고마웠어요
미안했어요
사랑했어요
안아줬어요
나. 14
저 많은 감정을
담았는 줄 엄마는 몰랐네
100분이라는 시간 동안
깜깜한 영화관에서
나는 그저
팝콘을 먹지 못해
네가 심술이 난 줄만 알았어
영화가 조금 어려울까
너무 어두워서 무서울까
소리가 커서 놀랠까
춥거나 더워서 힘들까
걱정을 한가득 안고도
영화 한 편 정도는 함께 즐기고 싶었던
나의 욕심이었다 여겼거든
너는 물론
무섭기도 어렵기도 했지만
멋졌고 행복했고
주인공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그를 사랑하기도 했구나
깜깜한 극장 속에 갇힌 건
네가 아니라 엄마였나 보다
너는 객석을 벗어나
스크린 속의 등장인물이 된 듯
몰입하고 느끼고 즐기며
완벽한 시간을 보냈던 거야
앞서지 않고
한 발짝 뒤에서
너를 바라보는 방법을
아직도 나는 더 배워야겠어
또 우리
영화관에 가자
그땐 엄마도 완벽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래주렴